"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사람 마음 알기 어렵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속담이다. 그렇다면 그 마음을 표현한 시나 소설은 어떨까? 역시 그 진의를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 편의 문학 작품이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것은 작품의 진의 파악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月落烏啼霜滿天 월락오제상만천   달 지고 까마귀 우는데 천지에 무서리 가득

江楓漁火對愁眠 강풍어화대수면   강풍(江楓)의 어화(漁火)만이 가물가물

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외한산사   고소성 밖 한산사

夜半鐘聲到客船 야반종성도객선   한 밤의 종소리 객선(客船)에 내리다

 

천고의 절창으로 평가받는 장계(張繼, 미상-779)의 「풍교야박(楓橋夜泊)」이다. 고단한 객수를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홍운탁월(烘雲托月, 주변의 구름 묘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달을 표현하는 기법)의 풍경 묘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렸다. 달마저 자취를 감춘 칠흑같은 밤, 까마귀 소리가 스산함을 더하는데 여기에 무서리까지 내렸다. 객수(客愁)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능히 그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둘째 구의 강풍어화(江楓漁火)도 마찬가지. 환한 불빛이 아니고 칠흑같은 밤에 어슴푸레 비추는 빛이니, 이 또한 객수의 고단함을 말없이 절절히 드러낸다. 셋째구의 한산사(寒山寺)는 명칭 그 자체로 객수의 서늘함을 전한다. 마지막 구, 객선(客船)에 들리는 한 밤중의 종소리 또한 매한가지이다. 신새벽을 알리는 맑은 종소리가 아닌 한 밤중의 둔탁한 종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켜켜이 쌓아온 객수의 고단함을 더할바 없는 무게로 또다시 짓누르는 무거운 소리인 것. 객수의 고단함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을 십분 공감하게 된다. 서경을 통해 서정을 표현한 절창이다.

 

그런데 이 시를 이렇게 보면 어떨까?

 

첫구는 시인의 암울한 현실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모든 것이 폐색(閉塞)된 시련의 연속 상황인 것. 달 진 깜깜한 밤, 까마귀 울음 소리, 천지에 편만한 무서리는 그 상징체이다. 둘째구는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발견하는 미미한 희망을 그린 것이다. 칠흑같은 밤을 밝히는 어화(漁火)는 비록 미미할지언정 암울한 상황을 뚫고자 하는 희망의 상징이다. 셋째구는 한산사 이름 그 자체가 시인이 처한 서늘한 상황을 상징한다. 넷째구는, 둘째구와 마찬가지로, 엄혹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시인의 희망을 그린 것이다. 고요한 공간에 파열을 내는 종소리로 현실 타개의 희망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 이 시는 엄혹한 현실과 그 현실을 뚫고자 분투하는 시인의 마음을 그린 시이다.

 

앞 해석과 정 반대의 해석이다. 앞 해석이 절망에 방점을 찍은 해석이라면, 뒤 해석은 희망에 방점을 찍은 해석이기 때문. 당연하지만, 정답은 없다. 사람 마음 알기 어려워 힘들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 탐구할 가치가 있는 것이 사람 마음이듯, 문학 작품의 해석도 매한가지란 생각이 든다. 하나의 해석으로 고정된 문학작품이란 얼마나 무미건조한가!

 

사진은 인터넷에서 취재했는데, 출처를 잊었다. 사진을 올린 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시(詩)의 옆에 있는 내용은 시비를 건립하게 된 사연을 적은 것이다.

 

寒山寺舊有文 待詔所書 唐 張繼 楓橋夜泊詩 歲久漫漶 光緖丙午 筱石中丞 於寺中新葺數楹 屬余補書刻石 兪樾(​한산사구유문 대조소서 당 장계 풍교야박시 세구만환 광서병오 소석중승 어사중신즙수영 촉여보서각석 유월) : 한산사에 전부터 비문이 있었는데, 임금의 조서를 받아 쓴 것으로, 당 나라 장계의 「풍교야박」 시이다. 세월이 오래되어 닳거나 희미해져 광서 병오년(1906)에 소석중승(篠石中丞)이 절 가운데에 새로이 몇개의 기둥을 수선하고  나에게 보서(補書)하여 돌에 새기라 부탁하였다. 유월(1821 ~ 1906, 청대의 문학가).

 

낯선 자를 서너 자 살펴보자.

 

啼는 口(입 구)와 帝(임금 제)의 합자이다. 울다라는 뜻이다. 口로 뜻을 표현했다. 帝는 음을 담당한다. 울 제. 啼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啼聲(제성, 울음 소리), 啼血(제혈, 피를 토하며 욺) 등을 들 수 있겠다.

 

對는 丵(떨기풀 착)과 寸(마디 촌)과 土(흙 토)의 합자이다. 여러 질문에 대하여, 여러 내용[丵]을 일정한 근거[土]를 가지고 통일시켜 원칙[寸]에 맞게 그 질문들에 답한다는 의미이다. 대답할(대할) 대. 對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對答(대답), 相對(상대) 등을 들 수 있겠다.

 

蘇는 艹(풀 초)와 穌(깨어날 소)의 합자이다. 기운을 유통시키고 피를 정화시켜 사람 몸을 일깨우는 풀이란 의미이다. 소엽이란 한약재를 가리킨다. 소엽 소. 깨어나다란 의미로도 사용한다. 깨어날 소. 蘇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蘇生(소생), 蘇葉(소엽) 등을 들 수 있겠다.

 

船은 舟(배 주)와 㕣(沿의 약자, 물 따라 내려갈 연)의 합자이다. 통나무를 파서 만든 배가 아닌, 목재를 사용하여 인공으로 만든 배라는 뜻이다.  舟로 뜻을 표현했다. 㕣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물을 따라 띄우는 것이 배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배 선. 船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船舶(선박), 船長(선장)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위 시에서, 전통적으로, 이치에 어긋나는 내용이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서리는 땅에 내리는데 왜 하늘[天]에 내린 것으로 썼냐는 것이 그 하나이고, 절에서는 한밤 중에 종을 치지 않는데 왜 야밤에 종을 친 것으로 썼냐는 것이 그 하나이다. 시인을 위한 변명은 이렇다.  하늘 속에 이미 땅이 포함된 것이니 서리가 하늘에 내렸다해도 무리가 없고, 한산사에서는 다른 절과 달리 한밤 중에 종을 친다!  그런데, 이치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나 시인을 위한 변명이나 모두 부질없는 문답이다. 문학은 과학과 다르다. 사실을 넘어선 것이, 아니 사실을 넘어서야 문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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