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돼 열매가 맺기 시작하면 관아에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과일의 개수를 세어서 장부를 만들고 그것이 익으면 진상하는 용도로 공급한다. 과일의 수가 줄면 즉시 징벌하므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제주 풍토기』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해요(김풍기, 「귤, 감사의 마음 세 ’알‘에 담아서」, 『월간 중앙』(2017년 10호) 참조 인용). 인용문의 과일은 ‘귤’이에요. 윗글은 과거에 귤이 얼마나 희소성 높은 과일인지를, 아울러 이것을 공물로 바치기 위해 제주민들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귤 공납의 시달림을 피하고자 일부러 귤나무에 뜨거운 물을 부어 고사시키는 일도 있었다고 해요.
예전에 어떤 지인이 제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제주민은 자신들을 한 국가의 일원으로 보기보다는 뭍사람들과 구별되는 섬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 그리고 뭍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긍정보다는 부정 인식이 강하고.” 예전에 제주도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 왕국(탐라국)이었던 것과 중앙 정부의 공물 수탈 ― 귤, 말 등 ― 및 홀대(유배지로 활용) 등을 생각해보니 과히 틀리지 않은 말 같았어요. 제주 4.3항쟁에도 이런 뿌리 깊은 뭍사람에 대한 부정 인식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사진은 제주명품(濟州名品)이라고 읽어요. 말 그대로 제주의 이름난 물건이란 뜻이지요. 그리고 그 대상은, 말할 것 없이, ‘귤’이고요. 직장 동료가 제주에서 직송해온 거라며 맛 좋다고 몇 알 나눠줬는데, 제주와 귤에 대한 아픈 일들이 떠올라, 마냥 맛있게만 먹기엔 살짝 송구한 마음이 들더군요.
濟와 州만 자세히 살펴볼까요?
濟는 氵(水의 변형, 물 수)와 齊(가지런할 제)의 합자예요. 물 이름이에요. 하북성 찬황현 서남쪽에서 발원하여 민수로 들어가는 물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齊는 음을 담당해요. 물이름 제. ‘건너다, 구제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제수를 건너다, 제수의 풍부한 수량이 가뭄을 극복하게 했다’의 의미로요. 건널 제. 구제할 제. 濟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救濟(구제), 濟度(제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州는 섬, 모래톱을 의미해요. 川은 강의 흐름을, 丶는 그 흐름 속에 둘러싸인 땅을 표현했어요. 섬 주. 모래톱 주. 의미를 확장하여 고을이란 의미로 많이 사용해요. 고을 주. 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州縣(주현, 지방), 州宰(주재, 주의 장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어렸을 때 겨울철에는 귤껍질을 말려 차로 달여 먹었어요. 요즘은 농약 때문에 왠지 꺼림칙해서 그렇게 해 먹지 못하겠어요. 희소성 과일이 보편 대량생산화되면서 생긴 단점이라고 할 거예요. 어느 한쪽이 충족되면 다른 한쪽은 기울기 마련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