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여기 좋은 옥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걸 상자에 보관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파시겠습니까?”

 

팔아야지! 그러나 그에 걸맞은 값을 기다린 후 팔련다.”

 

논어에 나오는 자공과 공자의 대화예요. 자공이 언급한 옥은 훌륭한 재능을, 상자에 보관한다는 것은 그 재능을 감추는 것을, 파는 것은 그 재능을 드러내 보이는 것을 비유해요. 공자는 자공의 물음에 흑백 대답감춘다 혹은 판다 이 아닌 제3의 대답을 하고 있어요. 팔되 걸맞은 값을 기다린다는 것은 재능을 드러내되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適當(적당)한 상황과 인물을 만났을 때 드러내겠다는 것을 비유해요. 맹자는 일찍이 공자를 성인 중에서도 時中(시중)에 뛰어난 성인으로 평가한 적이 있는데, 자공과의 문답에서도 그런 면을 읽을 수 있어요.

 

흔히 유가와 도가를 대립적으로 보는데, 사실 두 사상은 대립보다는 상보 관계로 보는 게 더 타당해요. 특히 유가에서 그런 면모를 많이 볼 수 있어요. 공자의 時中(시중) 태도도 도가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요. 사기에 보면 공자가 노자를 만나 ()를 물었을 때(물론 이 두 거인의 만남에 대해선 실제다, 아니다란 논란이 분분해요. 여기서는 일단 실제 있었던 일로 상정했어요), 노자는 공자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고 해요: “그대가 말하는 성현들이란 모두 그 말을 한 사람의 육신의 뼈는 이미 썩어버리고, 남아 있는 것은 오직 말뿐인 존재들이요. 군자는 좋은 때를 만나면 좋은 마차를 타고 벼슬을 하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바람에 나부끼는 풀같이 될 수 있소. 내 들으니 훌륭한 장사꾼은 좋은 물건일수록 깊숙이 숨겨 없는 것처럼 하고, 훌륭한 군자일수록 자신의 재능을 깊이 감춰 어리석은 이처럼 행동한다고 하오. 그대는 교만과 욕심 그리고 허위적 태도와 부질없는 야망을 버리도록 하오. 이 모두는 그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소.” 노자는 공자에게 時中(시중)出處進退(출처진퇴)를 권하고 있어요. 공자가 上記(상기) 자공과의 문답에서 보인 시중 적인 답변은 다분히 노자의 충고를 수용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사진은 심장약허(深藏若虛)’라고 읽어요. 노자가 공자에게 충고해준 말 중에 나온 “(훌륭한 장사꾼은 좋은 물건일수록) 깊숙이 숨겨 없는 것처럼 하고의 원문이에요. 실제 사용할 때는 훌륭한 장사꾼의 장사 방법이란 의미보다는 노자가 이 말 뒤에 한 훌륭한 군자일수록 자신의 재능을 깊이 감춰 어리석은 이처럼 행동한다의 뜻으로 사용하여 지식이나 재능을 뽐내지 않고 겸손함정도의 의미로 쓰고 있어요. 어느 초등학교교장실에서 찍은 거예요.

 

두 자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十十(풀 초)(숨길 장)의 합자예요. [十十]로 덮어 숨겨서[] 안 보이게 한다란 의미지요. 본래 으로만 표기했는데 후에 十十가 추가되었어요. 은 음도 담당하죠. 감출 장.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守藏(수장), 所藏(소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언덕 구)(호피무늬 호)의 합자예요. 호피 무늬처럼 두드러져 보이는 흙더미란 의미예요. 는 뜻을, 는 뜻과 음()을 담당해요. 터 허. ‘비다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동음을 빌미로 뜻을 차용한 거예요. 빌 허.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廢虛(폐허, 廢墟로도 표기), 虛無(허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요즘은 자기 광고 시대라고 하죠. 입시에서도 자기소개서가 도입되어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권장하고 있죠. 그런데 광고라고 하는 것이, 흔히 그렇듯, 실제보다 과장된 면모가 많죠. 입시에 자기소개서가 도입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적절한 도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자칫 허위의식을 일찍부터 길러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심장약허란 문구를 보면서 드는 중늙은이의 부질없는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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