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본다.

 

'나는 과연 자리에 연연하는가? 아니다! 다만 前轍(전철)을 밟고 싶지 않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 때를 봐라. 대통령을 모욕하던 검사들. 검사들은 자신이 세상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검사들의 조직을 어찌 개혁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내게 제기되는 의혹에 나는 솔직히 잘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허니 이 난리가 아니겠는가. 나보다 더 나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가 벌여놓은 일, 내가 수습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힘들다. 물러서고 싶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러나, 그러나 물러서지 않겠다. 이게 내 生(생)에 부과된 책무 아닌가.'

 

사진은 淸澗亭(청간정, 강원도 고성에 있는 정자)에 걸려있는 액자이다. 액자의 시를 보며 문득 조국을 떠올렸다. 그가 지금 마음 한 편으로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이런 곳 아닐까 싶었던 것. 사람이 싫어질만큼 시달리는 그가 찾을만한 곳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청강정은 주변의 風致(풍치)가 좋아 옛 문사들이 많이 찾았다. 지금도 여전히 풍치가 좋다.

 

 

 

 

사진의 시는 이 풍치를 노래했다. 한 번 읽어 보자.

 

天敎滄海無潮汐 천교창해무조석    조석 일지 않는 평온한 곳

亭似方舟在渚涯 정사방주재저애    방주처럼 물가에 고요히 서있네

紅旭欲昇先射牖 홍욱욕승선사유    붉은 해 뜰 적에 들창문 비추고

碧波纔動已吹衣 벽파요동이취의    푸른 물결 일 땐에 그 바람 옷깃에

童南樓艓遭風引 동남루접조풍인    아해들 실은 배 바람따라 왔으나

王母蟠桃着子遲 왕모반도착자지    서왕모 먹던 복상 그대까지 못가리

怊悵仙蹤不可接 초창선종불가접    선인 자취 찾으나 찾을 길 없나니

依闌空望白鷗飛 의란공망백구비    부질없이 난간 기대 갈매기만 보누나

 

청간정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쓴 시 같다. 첫 두 구에서는 청간정의 모습을, 그 다음 두 구에서는 청간정 안에서 바라본 풍경을 그렸다. 그 다음 두 구에서는 이곳의 정취를 仙境(선경)에 비겨 말했고, 마지막 두 구에서는 만날 수 없는 仙人(선인)에 대한 아쉬움을 말했다. 이 시의 지은이는 문장가로 유명한 澤堂(택당) 李植(이식, 1584-1647)이다. 이 시의 결론격에 해당하는 마지막 두 구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잠시나마 부질없이 불로장생을 희구했던 것에 대한 자책으로 볼 수도 있는 것. 세 번째의 두 구에서 이미 불로장생이 불가능했던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조국은 부질없는 인생에 부질없이 나서서 부질없는 행동을 하여 부질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인생은 짧은데 그런 부질없는 생각에 시간을 낭비하느니 스스로에게 부여한 사명에 그저 충실한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가 물러나든, 물러나지 않든, 언젠가는 이 곳에 한 번 들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대단한 것도 자연 앞에서는 다 부질없는 것이다.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겸손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을 느낀다면, 자리에 있든 물러나든 남이 비난하든 칭찬하든 그런 것에 연연해 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의 낯선 한자를 자세히 살펴보자. 다섯 개만 추렸다.

 

汐은 氵(물 수)와 夕(저녁 석)의 합자이다. 저녁 때 밀려 들어왔다가 나가는 조수란 뜻이다. 석수 석. 汐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潮汐(조석), 海汐(해석) 등을 들 수 있겠다.

 

牖는 片(조각 편)과 戶(문 호)와  甫(남자의 미칭 보)의 합자이다. 나뭇조각으로 테를 두른 벽에 나 있는 들창이란 뜻이다. 甫는 음(보→유)을 담당한다. 들창 유. 牖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牖下(유하, 들창 밑. 방 안, 집 안의 뜻), 牖戶(유호, 들창과 문) 등을 들 수 있겠다.

 

艓는 舟(배 주)와 枼(잎엽, 葉과 통용)의 합자이다. 거룻배란 뜻이다. 舟는 뜻을, 枼은 음(엽→접)을 담당한다. 거룻배 접. 艓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艓舟(접주, 거룻배) 정도를 들 수 있겠다.

 

蟠은 虫(벌레 충)과 番(차례 번)의 합자이다. 쥐며느리란 벌레를 지칭한다. 虫은 뜻을, 番은 음(번→반)을 담당한다. 쥐며느리 반. 일반적으로는 '서리다(웅크린 모양)'란 뜻으로 많이 사용한다. 원뜻에서 연역된 의미이다. 서릴 반. 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蟠桃(반도, 신선 세계에 있다는 큰 복숭아. 장수를 기원하는데 사용)와 蟠龍(반룡, 땅 위에 서리고 있어 아직 하늘에 올라가지 아니한 용) 등을 들 수 있겠다.

 

悄는 忄(마음 심)과 召(부를 소)의 합자이다. 슬퍼하다란 뜻이다. 忄은 뜻을, 召는 음(소→초)을 담당한다. 슬퍼할 초. 怊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怊悵(초창, 슬퍼함), 怊乎(초호, 슬퍼하는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생활이 바빠 길을 떠나지 못한다. 마치 청간정에 다녀온 듯 썼지만, 사실은 인터넷에서 취재하여 쓴 것이다. 바쁜 일정이 끝나면 한 번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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