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恒産, 생계를 유지할 일정한 재산)이 없어도 항심(恒心, 도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이는 사(, 군자)이지만, 일반 백성은 그러기 어렵습니다.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게 됩니다. 그러면 무분별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범죄도 저지르게 됩니다. 그때 이들을 처벌하는 것은 흡사 투망질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투망질은 어떻게 합니까? 고기가 모이도록 떡밥을 던진 후 고기가 모이면 투망을 던지지요. 백성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처벌하면 이는 투망질하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일장 훈계하는 장면이에요. 훈계라는 말이 어색한가요? 맹자 당시는 각국이 지식인을 우대하는 기풍이 있어 군주라 해도 어렵게 여겨 할 말을 못하는 법은 없었어요. 특히 제나라는 직하학궁(稷下學宮, 직하에 있던 연구소)라 하여 자유롭게 사상과 학문과 정치를 논하는 씽크 탱크를 운영했기에 그런 기풍이 더 강했지요. 제선왕에게 훈계했다고 해도 대과 없어요.

  

유학하는 선비 하면 왠지 남산 골 샌님의 가난하지만 꼬장꼬장한, 즉 가난에 초연한 모습이 연상돼요. 그러나 유가의 종주(宗主, 우두머리)라 할 맹자의 주장을 보면 사(, 앞서는 군자라 했지만 지식인 혹은 리더라 봐도 무방)에겐 그런 모습을 허여해도(견딜 수 있기에) 일반 백성에겐 그런 모습을 강요하지 않아요(견딜 수 없기에). 항상 배불리 먹고 부모 잘 모시고 형제 처자 잘 거느려야 한다고 말해요. 지배층에겐 희생을 요구해도 피지배층에겐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죠.

  

가난이 미덕인 법은 없는 것 같아요. 주변에 가난한데 행복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가난은 악덕이에요. 그런데 이 악덕을 없애는 건 위정자의 몫이죠. 만일 그것을 없애지 못한다면 그는 위정자의 자격이 없어요. 맹자의 말을 빌면, 그것은 백성을 범죄자로 모는 행위와 같아요. 가난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범죄자의 잘못 이전에 위정자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엠에프(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저축으로 돈을 모을 수 없는 사회가 됐어요. 저축으로 돈을 모을 수 없는 사회가 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있는 사람은 더 있는 사람이 되고, 없는 사람은 더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해요. 저축으로 돈을 모을 수 없으니 이른바 투자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돈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돈이 없는 사람은 하기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러니 있는 사람은 더 있는 사람이 되고, 없는 사람은 더 없는 사람이 될 수밖에요

  

이런 상황이 됐으니, 맹자의 말을 빌면, 없는 사람은 자꾸 수렁에 빠져 범죄에까지 이를 수밖에 없는 지경이 돼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를 해결할 수 방책은 무엇일까요? 복지의 확대 밖에는 없지요. 그래야 없는 이들이 수렁/범죄에 빠지지 않게 되지요. 복지 확대를 반대하는 이들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잘못 보고 있는 거예요.

  

사진의 한자는 재()라고 읽어요. 재물이란 뜻이지요. (조개 패, 재물의 의미)(재주 재)의 합자예요. 로 뜻을, 로 음을 표현했어요. 활용된 예로는 財物(재물), 財貨(재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재물이란 한자를 보니 정치와의 함수 관계가 생각나 몇 마디 해봤어요. 사진은 동네 쓰레기 모아놓는 장소에서 찍었어요.

  

성장도 잘 되고 복지도 잘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세상사가 그렇듯, 둘 다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과거 고도 성장기는 그 이전에 워낙 못살았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서라면 복지는 뒤로 미뤄도 괜찮다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러나 이제 성장도 쉽지 않고 풍요의 일부 단맛도 본 상태에서는 복지를 뒤로 미뤄도 괜찮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기 어려워 보여요. 거기다 부익부 빈익부 현상도 심화되고 있으니. 복지 확대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책임에 틀림없어요. 지금 정부[위정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