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ident Trump, We refuse your visiting of Korea! Korea is a very polite nation of east area traditionally(트럼프 대통령, 당신의 방한을 거부한다.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다).”
오늘 전국 유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거부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유는 그가 성추문에 휩싸인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대통령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동성동본 혼인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집회를 가진 이후 유림의 이런 대규모 집회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집회에 참석한 한 노(老) 유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양 되놈이라고 비난하던 것이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까지 우리가 서양 되놈을 환영해야 합니까! 트럼프, 그가 비록 한반도의 명운을 쥐고 있는 자라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야 합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시길 ‘인필자모이후인모지(人必自侮而後人侮之)’라고,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업신여긴 뒤에 남의 업신여김을 받는 법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지 않는 한 타인은 결코 우리를 존중해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고래로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려왔습니다. 도덕을 숭상한 나라입니다. 조선조 500년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구현하지 못한 철인(哲人)정치 국가였습니다. 이런 우리가 언제부터 도덕을 내버리고 이익만 추구하는 나라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도덕을 숭상하고 지켜온 나라입니다. 트럼프는 성추문 스캔들을 가진 자입니다. 그런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자를 우리가 굳이 환영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문대통령께선 우리의 이런 의지를 그자에게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언론도 좀 더 우리의 행동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열변을 통한 노 유림은 목청껏 트럼트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한다고 소리쳤습니다. 이상 △△△ ㅇㅇㅇ 였습니다.
사진은 ‘천동인수군자국 불인굴인인자굴(天東仁壽君子國 不忍屈人人自屈)’이라고 읽어요. ‘하늘 동쪽 어질고 장수하는 군자국 / 굴복시키지 않아도 타인이 제 먼저 굴복하네’란 뜻이에요.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의 「독음(獨吟, 홀로 읊다)」’이란 시의 한 구절이에요.
「독음」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서정적 정서와 달리 서사적 사건을 읊은 시로, 공민왕 때 있었던 홍건적의 난을 두고 지은 일련의 시중 한 편이에요. 이 편련에 나타난 것은 고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에요. 홍건적이 물러난 것은 무력에 의한 퇴치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감읍하여 물러난 것이라데서 이른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부심이 흥건히 배어 있어요.
문득 시구를 대하며 우리는 이 높던 자부심을 어디에 버렸나 싶어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봤어요. 만일 트럼프 방한 당시 실제 유림에서 이런 시위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다소 코믹스러운 면도 없잖아 있었겠지만 그 나름의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유림이라는 존재의 의미도 새롭게 각인시켰을 것 같고요. 허구한 날 충효교실이나 열고 동성동본 혼인 반대 타령만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신선해 보이잖아요? 사진은 충남대학교 도서관에서 찍었어요.
낯선 한자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壽는 老(늙을 로)의 약자와 疇(밭두둑 주)의 약자의 합자예요. 기다란 밭두둑처럼 오래 살다 혹은 그렇게 오래 산 사람이란 의미예요. 장수할 수. 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壽命(수명), 長壽(장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屈은 尾(꼬리 미)의 약자와 出(날 출)의 합자예요. 꼬리가 없는 자벌레란 의미예요. 尾의 약자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出은 음(출→굴)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出은 나아가다[進]란 의미가 있는데, 꼬리가 없는 자벌레는 굴신운동으로 앞으로 나간다는 의미로요. 자벌레 굴. 이 글자의 일반적 의미인 ‘굽히다’란 뜻은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굽힐 굴. 屈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屈身(굴신), 屈曲(굴곡)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최근에 영국 왕실의 앤드류 왕자가 안동 하회 마을을 방문했어요. 신문 사진을 보니 갓 쓰고 도포 입은 노인이 그를 안내하는 장면이 있더군요. 만일 그 노인이 관광 안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말을 하며 시위하는 모습이 언론에 전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전 세계에 악의 씨를 뿌린 제국주의 영국 왕가의 왕자 놈이 어찌 우리 유서 깊은 양반의 고장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한단 말인가! 썩 물러가라!” 실제 일어났다면 무척 흥미로운 기사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