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이단인데…."

 

맞선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교회 얘기가 나왔어요. 상대 여성은 감리 교회에 다닌다고 하더군요. 갑자기 맞선을 주선했던 아주머니의 말이 생각났어요. "그 색시 신심이 깊어!" 당시 종교가 없던 저는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나 고민하다 어렸을 적 잠깐 다녔던 안식 교회가 생각나 다소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어요. "저는 안식 교회에 다닌적이 있어요." 그러자 상대 여성은 얼굴빛이 변하며 저 말을 하더군요. 30년 전 일이에요.

 

종교가 없는 이에게 '이단'이란 말은 별 충격이 없지만, 종교가 있는 이들에게 '이단'이란 말은 충격이 큰 말 같아요. 당시 그 여성의 안식 교회에 대한 혐오스런 표정은 지금도 생생해요. 그런데 무신자의 입장에선 솔직히 뭐가 이단인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같은 하나님을 믿는데 정통이니 비정통[이단]이니 구별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은 거죠. 정통이나 비정통의 구별은 교리의 해석을 두고 벌어지는 일 같은데, 외람된 말이지만, 무신자의 입장에선 와각지쟁(蝸角之爭)으로 밖에 안보여요.

 

오래 전에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가 생각나요. 한 작가가 우연히 자신의 작품을 두고 해석 논쟁을 하는 자리에 가게 돼 논쟁자들이 자신[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작품을 해석하는 것을 봤어요. 작가는 신분을 감춘 채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지만 참석한 논쟁자들에게 면박만 받았어요. 정통과 비정통 논쟁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통이든 비정통이든, 무신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하나님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사진은 방콕에서 찍은건데, 침례교의 한 지파 건물 사진이에요. 침신회회은당(浸信會懷恩堂)이라고 읽어요. 침신회회은당은 아래의 영문 표기 Grace Baptist Church를 한역(漢譯)한 거예요. 침신회 즉 침례교는 신교의 한 파로 세례시 침례를 중시하는 교파예요. 속죄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일반 침례교파와 선택받은 이들만 속죄를 받는다는 속죄의 특수성을 주장하는 특수 침례교파로 나뉘어요(이상 침례교에 관한 내용 Daum 백과사전 참조). 이 교파의 건물은 침례교회라는 의미의 Baptist Church 앞에 은혜라는 의미의 Grace를 덧붙인 것으로 보아 침례교파중 특수 침례교파에 속하지 않나 싶어요. 이 지파의 교회는 정통으로 인정받을까요, 비정통으로 취급될까요?

 

낯선 자를 두어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浸은 담그다, 배어들다란 의미예요. 氵(水의 변형, 물 수)로 뜻을 표현했고, 나머지는 음을 담당해요. 담글 침. 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浸透(침투), 浸水(침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懷는 잊지 않고 늘 생각한다는 의미예요. 忄(心의 변형, 마음 심)으로 뜻을 표현했고, 나머지는 음을 담당해요. 품을 회. 懷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懷疑(회의), 懷抱(회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恩은 은혜란 뜻이에요. 心(마음 심)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因은 음(인→은)을 담당해요. 은혜 은. 恩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恩惠(은혜), 施恩(시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전국민의 95%가 불교도인 국가[태국]의 수도에 있는 저 교회를 태국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저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불교를 믿는 이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더군요. 모쪼록 상호간의 교리를 존중하고 비토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 어떤 종교이든 사람에게 안심입명(安心立命, 마음을 편하게 하고 삶의 목표와 가치를 세움)을 안겨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진데, 거기에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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