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요리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곰 발바닥 요리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득이 둘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 한다면 나는 생선 요리보다 곰 발바닥 요리를 택할 것이다."
『맹자』에 나오는 이 구절은 맹자가 생(生)과 의(義)의 선택점에서 생을 버리고 의를 택하겠다는 말을 하기 전에 내놓은 말이에요.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달하기 위해 내세운 비유죠. 재미있는 것은 이 구절에서 맹자 당시 요리의 일부분을 알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 구절에 등장한 곰 발바닥 요리는 지금도 특별하고 값비싼 요리로 취급되는데 이것이 기원전 3~4세기에 있었다는게 경이로워요.
맛을 추구하는 요리란, 다른 것이 대개 그렇듯, 양적인 충족 위에서 등장하는 거예요. 배고픈 처지에선 찬 밥 더운 밥 가릴 겨를이 없잖아요? 이런 점에서 맹자가 살던 시대에 특별한 맛을 추구하는 음식이 있었다는 것은 음식의 양적인 충족이 이미 달성됐다는 것을 반증하고, 나아가 요리 수준이 상당했다는 것을 말해줘요. 하지만 이것이 당시의 보편적 음식 문화였던가 하는 점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요. 『맹자』에 보면 굶어 죽는 백성들의 참상을 말한 내용도 있거든요. 귀족층을 중심으로 한 음식 문화로 보는게 타당할 거예요.
요즘 행사장의 음식은 대부분 뷔페식이죠. 이는 우리의 음식 문화 수준이 양적인 충족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줘요. (물론 여전히 한 끼 식사를 걱정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그럴까요?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등장했던 어떤 돈까스 집은 손님이 하도 많아 대기실까지 차렸더군요. 이렇게 음식 맛을 탐하는 행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탐(貪)이란 것 자체가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니 부정적인 평가가 앞설 수 있지만 긍정적 평가도 가능할 것 같아요. 참맛을 찾기 위한 여정의 일환으로요.
사진은 심미(尋味)라고 읽어요. 맛을 찾다, 란 뜻이에요. 태국 치앙마이에서 찍었어요(이곳은 중국 자본과 관광객이 넘쳐 나더군요. 그들을 위해 간판 대부분에 한자가 병기되어 있더군요). 심미 옆에 '융합채(融合菜)'라는 말이 있는데, 다양한 채소를 이용하여 요리를 하는 곳 같아요. 끼니 때 였으면 들어가 봤을텐데, 끼니를 비낀 때라 그냥 사진만 찍고 말았어요.
사진의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尋은 工(장인 공)과 口(입 구)와 又(手의 변형, 손 수)와 寸(마디 촌)의 합자예요. 손으로[又] 거리를 측정하듯[寸] 정교한[工] 근거와 말솜씨로 문제 해결책을 찾는다란 의미예요. 찾을 심. 尋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尋訪(심방), 尋常(심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味는 口(입 구)와 未(아닐 미)의 합자예요. 맛이란 의미예요. 口로 뜻을, 未로 음을 표현했어요. 맛 미. 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吟味(음미), 調味(조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하나. 뷔페에 가보면 대부분 새 음식을 먹을 때마다 새 접시를 사용하는 것을 보게돼요. 굳이 새 접시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군요. 자신이 먹던 음식을 담았던 접시이니 위생상의 문제도 없고, 사용했던 접시라고 음식 맛에 특별히 지장을 줄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죠. 미관상 좀 그렇긴 하지만 어차피 흐트려가면 먹을 것인데….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여담 둘. 음식의 참맛은 어디에 있을까요?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소박한 요리에 있지 않을까요? '반자 도지동(返者 道之動, 돌아오는 것, 그것은 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이라고 화려한 맛의 끝은 소박한 맛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