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http://treecycle.co.kr>




바쁜데.”

 

걱정 마. 착오 없이 할 테니.”

 

십 수 년 전, 바쁜 아침 출근 시간을 쪼개어 고문진보를 읽은 적이 있어요. 처음에 아내는 짜증을 냈어요. 지극히 당연한 짜증이었죠. 아이들 등교 준비 도와주랴, 식사 준비하랴 청소하랴, 그리고 각자의 출근 채비까지, 11초가 아쉬운 아침 시간에 거실에 앉아 책을 읽다니. 하지만 아내의 짜증을 호언(豪言)으로 물리치고 매일 10분씩 고문진보를 읽었어요. 아내의 짜증은 잦아들었어요. 실제 호언한대로 분담한 일을 착오 없이 해냈기 때문이죠. 그러나 흔쾌한 표정은 아니었어요. ‘뭐야? 갑자기 왜 저러지?’ 이런 속내를 담은 표정이 역력했지요.

 

당시 저는 이상한 자괴감에 시달렸어요.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초라함에 휩싸여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지요. 이를 극복해보려는 차원에서 고문진보읽기를 시도했던 것인데, 저녁에는 몸이 피곤해 읽을 수 없었고 바쁘지만 그래도 에너지가 충만한 아침에 읽게 됐던 거예요. 출근 준비 전에 일어나 읽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기에 아내의 눈총을 받아가며 읽었던 거지요.

 

그렇게 매일 10분씩 고문진보를 읽어 1년 동안 3차례 반복해 읽었어요.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지요. 지금도 생생해요.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두꺼운 책을 매일 조금씩 읽어 마지막 쪽까지 다 읽고 덮었을 때 느꼈던 그 성취감과 충만감. 1년의 고문진보독서를 통해 이상한 자괴감은 꽤 많이 치료됐어요.

 

사진은 '노적성해(積成海)'라고 읽어요. ‘이슬이 쌓여 바다를 이루다란 뜻이에요. 끊임없는 노력으로 큰 성과를 낸다는 의미예요. 꾸준한 노력을 강조할 때 많이 사용하죠. 성어를 대하니 문득 성어에 어울릴 법한 과거 독서 경험이 떠올라 몇 마디 해봤네요. 이슬이 쌓여 바다를 이룬 정도는 못되지만 한 종지 물은 될 듯 하니 이 또한 노적성해의 아류가 아니겠어요?

 

사진의 한자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벼 화)(구할 책)의 합자예요. 벼 등의 곡물을 널리 구해 저장해 놓았다는 의미예요. 쌓을 적.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蓄積(축적), 過積(과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비 우)(길 로)의 합자예요. 밤사이 비처럼 내려 초목에 부착된 물체라는 의미예요. 이슬 로. 는 뜻을, 路는 음을 담당해요. 는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길이 사람 눈에 잘 띄듯 이슬도 사람 눈에 잘 띈다는 의미로요.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寒露(한로), 露宿(노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다섯째천간 무)(장정 정)의 합자예요. 만물이 흙에 의지하여 성장하고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예요. 이룰 성. 흙이라는 속 의미를 갖는 는 뜻을, 은 음()을 담당해요. 은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장정처럼 성장하여 결실을 맺었다는 의미로요.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成敗(성패), 成功(성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의 변형, 물 수)(풀우거질 매)의 합자예요. 우거진 풀처럼 물이 많이 모인 곳이란 의미예요. 바다 해.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死海(사해), 近海(근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배우는데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비록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란 말이 있죠. 배우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목표와 의지이지 시간이 우선 요소는 아닌 것 같아요. 목표와 의지가 있으면 시간은 마련할 수 있고, 그 시간이 누적될 때 배움은 달성된다고 생각해요. 확신하냐구요? ! 노적성해의 아류경험으로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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