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 지수는 재난 스트레스 지수와 동일하다!

 

어제 한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예요. 주부들이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말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수준이 재난을 당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 지수와 동일하다고 하니 한결 더 실감나게 느껴지더군요. 요즘 명절 문화에 많은 변화가 생겨 차례(茶禮)를 지내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집에서 차례를 지내며 명절을 보내고 있으니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 지수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 같아요.

 

명절 스트레스 중의 하나가 차례 음식 준비와 설거지죠. 그런데 원래 차례 음식은 지금처럼 푸짐하게 차리는 것이 아니었다고 해요. 성균관에서 전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정택씨는 이렇게 말해요: "차례는 기일에 올리는 기제사와는 다르다. 추석이나 설날에 차를 올리면서 드리는 예를 뜻한다. 조상에게 해가 바뀌고, 새로운 계절이 찾아왔음을 알린다는 취지로 기제사의 축소판으로 봐야 한다. 새로운 음식, 즉 곡식이나 과일이 나오면 그걸 조금 올려 조상께 인사한다는 의미다. 그것들을 기제사와 오인해서 너무 거추장스럽게 하다 보니까 일이 너무 많아졌고, 이를 전담하게 된 주부들이 버거워졌다." 전통 예절에 정통한 분이 하는 말이니 믿고 따를만한 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분 말대로라면 차례상을 요란하게 차리는 것은 예법에 어긋난 일이에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예법에도 맞지 않는것이 현 대다수 집안의 차례상 차리기니, 이 말을 들으면 주부들 스트레스 지수가 더 올라갈 것 같아요.

 

앞으로는 명절날 전통 예절에 맞게 말 그대로 간단한 다과(茶果)만 올리는 차례를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도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차례용 차로는 가급적 우리나라 전통차를 사용하는게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요즘 많이 음용하는 보이차도 괜찮을 것 같아요. 산 사람도 그렇지만 고인(故人)들도 색다른 차를 맛보고 싶어하실테니까요.

 

사진은 보이차의 포장지에 있는 문안이에요. 읽고 풀이해 볼까요?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

 

보이차 증지성단 서번시지 최능화물 보이차 미고성각 해유이우양독 고삽 축담하기 이장통설(普洱茶 蒸之成團 西番市之 最能化物 普洱茶 味苦性刻 解油腻牛羊毒 苦澀 逐痰下氣 利腸通泄) 야(野)

 

 『본초강목습유』(청 대 조학민이 편찬한 의서. 명나라 이시진이 편찬한 본초강목의 내용을 보완한 책)에 이렇게 나와있다. 보이차는 쪄서 둥그렇게 만든다. 서번 지역에서 판매하는데 다른 물건과 교역하는데 가장 유리한 물건이다. 보이차는 맛이 쓰고 성질이 강하여 지방이나 소고기 양고기의 독성분을 잘 풀어준다. 쓰고 떫은 기운은 가래를 삭히고 기운을 가라앉히거나 장을 편하게 하여 배변을 원활하게 한다. * 야(野)는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쓴 글자인 듯. 『본초강목습유』 내용과는 무관.

  

보이차의 효능을 적어 놓았는데, 주된 효능은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에요. 특히 육식으로 인한 적체(積滯)를 해소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적고 있어요. 『본초강목습유』원문을 찾아보니, 이 광고 문안에는 빠진 두 가지 의미있는 내용이 더 있더군요. '허인금용(虛人禁用)'과 '성주제일(醒酒第一)'이에요. '기운없는 이는 마시지 말 것', '술 깨는데 최고'라는 의미예요. 둘 다 술과 고기를 잘 먹은(는) 사람한테 적용될 수 있는 말이에요. 평소 술과 고기를 잘 먹지(먹을 수) 못하는(없는) 이들에게는 적합치 않은 차라고 할 수 있어요. 보이차를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는 문구를 이따금 보는데 - 실제 그런 비슷한 문구가 『본초강목습유』에 있기는 해요. 보이차고능치백병(普洱茶膏能治百病, 보이차로 만든 고약은 온갖 병을 치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엄밀하게 말해 차를 말한 것이 아니라 차로 만든 약을 의미해요 - 그건 좀 과장된 문구예요.

 

차례라는 것이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고 후손들의 단합을 도모하는 자리이니 어느 누구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일이 있다면 그건 차례의 본질에 어긋난 일이에요. 앞으로는 명절에 말 그대로 차례를 드리고 식구들도 술 대신 차를 나누는 고상한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괜찮지 않나요?

 

사진에 등장한 낯선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普는 並(나란할 병)과 日(날 일)의 합자예요. 햇빛이 사라져 일체의 색깔을 구분할 수 없는 똑같은 상태가 되었다란 의미예요. 넓을 보. 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普遍(보편), 普通(보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洱는 氵(물 수)와 耳(귀 이)의 합자예요. 하남성 노씨현 웅이산에서 발원하여 육수로 합류하는 물이름이에요. 물이름 이. 고유명사로 이 외에 달리 들만한 예가 없네요.

 

蒸은 艹(풀 초)와 烝(김오를 증)의 합자예요. 껍질을 벗긴 삼대란 의미예요. 艹로 뜻을 표현했어요. 烝은 음을 담당해요. 찌다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삼대 증. 찔 증. 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蒸溜(증류), 蒸發(증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腻는 月(肉의 변형, 고기 육)과 貳(거듭할 이)의 합자예요. 살 위에 거듭된 물체, 즉 비계란 의미예요. 기름 리. 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腻理(이리, 살결이 곱고 반들반들함), 腻脂(이지, 비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澀은 氵(물 수)와 歰(막힐 삽)의 합자예요. 물이 막혀 잘 내려가지 않는다란 의미예요. 본 의미에서 연역되어 떫다란 뜻으로도 사용해요. 막힐 삽. 떫을 삽. 澀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澀語(삽어, 떠듬거리는 말), 澀苦(삽고, 떫고 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澁으로도 표기해요.

 

痰은 疒(병들어누울 녁)과 炎(불꽃 염)의 합자예요. 가래란 뜻이에요.  疒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炎은 음(염→담)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위로 솟구치는 불꽃처럼 위로 끓어오르는 것이 가래란 의미로요. 가래 담. 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喀痰(객담, 가래를 뱉음. 또는 그 가래)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泄은  氵(물 수)와 世(인간 세)의 합자예요. 넘치다란 의미예요.  氵(물 수)로 뜻을 표현하고, 世로 음(세→설)을 나타냈어요. 본뜻에서 연역하여 새다란 의미로도 사용해요. 넘칠 설. 샐 설. 泄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泄瀉(설사), 漏泄(누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보이(普洱)를 읽는 한자어의 현재 음가는 푸얼에 가깝지만, 이는 보이차를 처음부터 만들어온 운남성의 소수민족인 다이()족과 이(), 부랑(布朗), 지눠(基諾)족 등이 소리 내는 푸레또는 부레라는 말의 음차예요.라는 어소(語素)는 떡 또는 떡차를 가리키고, ‘는 차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즉 보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떡차곧 오늘날의 원차(圓茶), 병차(餠茶)를 의미하는 말이지요. 따라서 보이차라는 이름의 유래를 운남성 보이현(普洱縣)이라는 지역에서 찾는 오늘날의 상식과는 반대로, 보이라는 지역 이름이 푸레라는 일반명사에 뿌리를 두며 이러한 차가 많이 생산되고 거래되면서, 지명이 '푸레'에서 '푸얼'로 붙여지게 되었어요(이상 http://www.gutea.co.kr/ab-1040 인용). 사진은 아내의 친구 분이 선물한 보이차 포장지에서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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