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옛 사람의 절반만 해도 그 공효(功效)는 옛 사람이 거둔 성과의 배가 될 것이다."

 

 

맹자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당대의 강국 제나라를 생각할 때 마다 아쉬움이 많았어요. 어느 날 제나라 출신의 제자 공손추에게 이런 말을 해요. "제나라를 가지고 천하의 왕자(王者) 되기는 손바닥을 뒤집기 보다 쉽다." 공손추가 의아해 질문하죠. "문왕같이 위대한 분도 생전에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아들인 무왕과 주공대에 이르러 자신의 뜻을 이뤘는데, 그만 훨씬 못한 제나라 왕이 천하의 왕자 되기가 손바닥 뒤집기 보다 쉽다니요?" 맹자가 말하죠. "문왕 당대에 그가 소유한 땅은 사방 백리가 못됐고, 당시 은의 주왕이 비록 폭군이었다 하나 천하의 인심 또한 그에게서 완전히 떠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제나라의 상황은 어떠하냐. 땅은 사방 천리가 되고, 각국의 백성은 전란에 시달려 선한 정치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 때 제나라 왕이 왕도정치를 편다면 그 누가 제나라 왕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 이 말 끝에 첫 머리 인용구의 말을 덧붙여요.

 

 

맹자의 말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일방 갸우뚱해져요. 논리적으론 맞는 말이지만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와 같다고나 할까요? "지금처럼 효도하기 쉬운 때가 어디 있는가. 일은 옛 사람의 절반만 해도 그가 얻을 칭송과 보람은 옛 사람의 배가 될 것이다."

 

 

사진은 '명품철정(名品鐵鼎)'이라고 읽어요. '명품 쇠솥'이란 뜻이에요. 전기 밥솥 광고문인데, 예전 가마솥 밥맛을 낸다는 의미로 붙인 것 같아요. 예전 가마솥 밥을 해본 적도 먹어본 적도 있는 제게 아담한 전기 밥솥은 정말, 맹자의 말대로, 일은 절반밖에 안하면서도 그 효과는 배가 되는 신기한 물건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전기 밥솥이 있어도 밥을 제대로 안 해먹는다는 것이죠. 논리적으로만 보면 분명히 옛날보다 훨씬 더 잘 해먹어야 하는데 말이죠.

 

 

전기 밥솥 광고문에서 맹자의 이상적이고 보수적인 일면을 읽어 봤어요. 너무 견강부회한 걸까요?

 

 

사진의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鐵은 쇠란 뜻이에요. 金(쇠 금)으로 뜻을 표현했고, 나머지는 음을 담당해요. 쇠 철. 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鐵橋(철교), 鐵鋼(철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鼎은 솥을 그린 거예요. 가운데 目은 솥 본체를, 나머지는 쪼갠 나무[장작]를 그린 거예요. 나무로 불을 때서 음식을 조리하는 기구란 뜻을 표현했어요. 다르게 설명하기도 해요. 가운데 目은 솥 본체를, 나머지 부분은 양 손잡이와 다리를 그린 것이라고요. 솥 정. 鼎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鼎立(정립, 3자 대결 구도의 모습), 鼎俎(정조, 솥에서 삶기고 도마 위에서 잘린다는 뜻으로, 대단히 위험한 지경에 다다른 경우를 비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鼎은 음식을 해먹는 도구의 의미보다 권위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됐어요. 하나라 우왕이 구주(九州)에서 조공받은 쇠로 만들었다는 구정(九, 아홉개의 정)이 그 대표적인 예이죠. 전기 밥솥 광고문에서 '정'을 사용한 것은 적절치 않아 보여요. '부(釜, 가마솥 부)'를 사용하는게 어떨지…. 파부침선(破釜沈船)이란 말이 있어요. 밥 해먹는 솥을 깨트리고 타고 온 배를 침수시키다란 뜻인데, 여기서 밥 해먹는 솥의 의미인 '부'가 전기 밥솥의 '밥솥'과 어울리는 단어일 듯 싶어요. 파부침선은 항우가 진나라와의 거록 전투를 앞두고 벌인 행동으로,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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