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신경 안써, 너도 그래?" (I really don't care, do u?)
한동안 세간의 화제가 됐던 문구예요. 미 대통령 영부인 멜라니아가 불법 이민자 아동 격리 수용소를 방문할 때 입었던 재킷 후면에 써있던 문구죠. 방문하는 장소가 부정적 여론이 예민한 장소였던만큼, 이 문구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죠. 둔감하다, 잔인하다 등등. 하지만 이는 침소봉대한 해석이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불법 이민자 아동 격리 수용을 철회했는데, 여기엔 멜라니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고 하죠.
하지만 불법 이민자 아동 격리 수용소를 방문하면서 입은 재킷은 확실히 부적절한 의상이었어요. 재킷의 문구와 상반되는 문구, "나는 정말 신경이 쓰여! 너는?" (I really care, do u?) 이라는 문구의 옷을 입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면 부적절한 의상이었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지요.
사진은 티셔츠 문구예요. 이웃집 아이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서 찍었어요.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더니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흉 볼 문구는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만일 그렇지 않은 내용인데 입고 다녔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니….
문구는 '막망초충(莫忘初衷)'이라고 읽어요. 첫 마음을 잊지 마세요, 란 뜻이에요. 세상 살다보면 첫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게 돼죠. 그럼에도 이 말이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그것이 결코 그른 말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럴 거예요. 비록 실천을 못해도. 아내는 결혼 초에 신영복 씨의 '처음처럼'이란 문구가 좋다며 조그만 족자로 된 것을 사다가 방에 걸어 놓았어요(아래 사진). 결혼 초의 아름다운 생각을 끝까지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겠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 둘은 과연 그 약속을 지켰는지….
한자를 자세히 알아 볼까요?
莫은 풀 사이로 해가 지는 모양을 표현한 거예요. 艹와 大( 艹의 변형)는 풀을, 日은 해를 그린 거예요. 저물다란 뜻이에요. 저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데서 '없다, ~하지 말라'는 부정과 금지의 뜻이 연역됐어요. 말 막. 莫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莫大(막대), 莫重(막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忘은 心(마음심) 亡(도망할 망)의 합자예요. 마음에서 도망간 상태, 곧 잊혀졌다란 뜻이에요. 잊을 망. 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忘却(망각), 勿忘草(물망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初는 衤(衣의 변형, 옷 의)와 刀(칼 도)의 합자예요. 옷감을 자르기 위해 칼을 댔다는 뜻이에요. 처음 초. 初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最初(최초), 自初至終(자초지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衷은 衣(옷 의)와 中(가운데 중)의 합자예요. 속 옷이란 뜻이에요. 衣로 뜻을 나타냈어요. 中은 음을 담당하면서(중→ 충)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속 옷은 겉옷과 몸의 중간에 입는 옷이란 의미로요. (속)마음이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속옷(마음) 충. 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衷心(충심), 衷情(충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옷이나 문구는 그 사람을 표현하는 또 다른 메시지이죠. 공자는 "볼품없는 옷차림과 형편없는 음식 먹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자와는 도를 논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옷과 음식에 있어 무척 신경을 썼어요. 『논어』「향당」편에는 이런 공자의 면모가 자세히 나와 있죠(속설에는 공자의 부인이 이런 까따로움을 못견뎌 도망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공자는 옷이 주는 메시지를 잘 이해했던 사람이라고 보여요.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의상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