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꾸라지는 뼈가 단단해서…."
봄 무렵, 한 추어탕 집에 갔다가 미꾸라지 튀김을 시켰을 때 주인이 한 말이에요. 주인은 한마디 더 덧붙였어요. "손님이 굳이 원하시면 해드리지만 권하고 싶지 않네요." 순간, 살짝 당황했어요. 장사하는 입장이면 기를 쓰고 한 접시라도 더 팔아야 할텐데 이와 반대로 행동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내 속으로 감탄했어요. '흠, 장사할 줄 아시는 분이구나!'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죠.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 목전의 이익에만 골몰하다 정작 큰 이익을 놓치는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죠. 그런데 이 말을 뒤집으면 반대 의미가 될 거예요. 작은 것을 버리면 큰 것을 얻는다. 소기대득(小棄大得). 목전의 이익에 골몰하지 않아야 큰 이익을 얻는다는 의미가 되겠죠. 전 추어탕 집 주인의 행동이 소기대득의 행동이라고 봤어요. 왜냐구요? 그날 저는 속으로 이렇게 다짐했거든요. '그래, 이 집은 이제 내 단골 집이야!' 당장은 미꾸라지 튀김 한 접시 못팔아 손해를 본 것 같지만 충성 고객 하나를 확보했으니 장기적으론 이득되는 행동을 했다고 할 수 있어요. 소기대득의 행동을 한 것이지요. 장사할 줄 아는 분이라고 아니할 수 없겠죠?
며칠 전 이 집을 들렸는데 벽면 한 쪽에 전에 없던 구호가 붙어 있었어요. 정선상략(正善上略). 정직과 선함이 최상의 전략이다. 가게에 걸맞는 구호란 생각이 들더군요. 아울러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큰 그림을 그리며 장사하고 계시구나.'
앞으로 이 가게를 주목해 봐야 겠어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正은 止(그칠 지)와 一(한 일)의 합자예요. 올바른 기본[一]을 항상 견지한다[止]는 의미예요. 바를 정. 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正直(정직), 端正(단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善은 羊(양 양)과 言(말씀 언)의 합자예요. 말하는 것이 양처럼 순하다는 의미예요. 착할 선. 善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善行(선행), 善心(선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略은 田(밭 전)과 各(각각 각)의 합자예요. 농지[田]를 구획짓고[各] 경작한다는 의미예요. 田은 뜻을, 各은 뜻과 음(각→략)을 담당해요. 다스릴 략. 생략하다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 의미에서 유추된 뜻이에요. 구획짓고 경작함에 따라 번거로운 일이 줄어들게 됐다란 의미로요. 略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戰略(전략), 省略(생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인터넷에서 정선상략 문구를 검색하다 이 문구가 아토미라는 다단계 판매회사의 올해 경영 방침이란 것을 알게 됐어요. 혹 추어탕 집의 정선상략 구호는 이 회사에서 건네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토미를 통해 식재료를 공급받다보니 이 구호를 붙이게 된 것 아닐까 싶었던 거죠. 이게 사실이라면, 이 구호를 건네 받으며 주인되는 분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떻게 이렇게 우리 식당과 잘 어울리는 구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