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든 생각은, 나름 재미있기는 하나 히가시노 게이고 읽는 느낌은 아니었다는 거다. 작품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기보더,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법한 그런 소설이러눈 느낌이었다. (평작보다는 살짝 위?) 사실 쪼이는 맛도 다소 떨어진다. 주인공인 여류 추리작가는 남자친구의 죽음에 의해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만난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다. (아예 극중에서 그를 잘 몰랐다고 여러번 말할 정도.) 이걸 무시해바리면 진행 자체가 안 되긴 하는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잘 알지도 못한 남친의 사건을 조사한다고 뛰어든 그 심리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다. 게다가 사람이 죽으먼 11문자로 된 편지가 날아온다 해서 제목까지 그건데, 그 사실 자체가 맨 마지막 정리편에서 처음 등장한다(...) 도대체 왜 다 끝나는 엔딩까지 가야만 저 중요한 내용이 그냥 대사로 등장하는지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추리 계열을 읽는 독자로서, 또한 알라딘에서 개인 중고샵 ‘추리호러전문’을 끌어가는 입장에서, 와카타케 나나미는 되게 묘하다. 출간된 권수가 꽤 되는걸 보면 한국에서도 알려진 작가일텐데, (중고상 입장에서) 이상할정도로 안 팔린다. 절판된 책 많은데 그 중 데뷔작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만 2012년에 재간된적 있는데, 이 또한 벌써 절판이다. 게다가 이 책 ‘어두운 범람’은, 위에 적은 2012년도 재간 이후 5년만(!)에 한국에 발간된 그녀의 작품이다. 그것도 장편이 아닌 5개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인데... 이 중 여는 첫 단편과 닫는 마지막 단편이 모두, ‘네팃이야’와 ‘의뢰인은 죽었다’의 주인공이었던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것이다. 한국에도 소개된 시리즈 2권이 나름 재밌었기에 반갑게 맞이힐 수도 있겠지만... 10년전 발간되었다가 어느 순간 절판됨은 물론, 발매하기로 계획 있었던 또 다른 한 권은 아예 나오지도 못한 상황을 아는 사람은 아는데... 아예 그녀의 이야기로만 가득한 신작도 아닌, 전혀 상관없는 단편 3편의 앞뒤에서 묶어주고만 있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제목만 보면 무슨 하드보일드 느와르같은데, 책 펼쳐보니 전혀 그런 내용 아니고, 친구 헌책방 물려받아 운영하는 노인과 손자 주변의 사건을 다루는 연작단편집이다. 헌책방-고서당, 이런거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매우 좋다. 이 책도 제법 좋다. 시간적 배경도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쯤 될텐데, 주인공 노인이 65세가 되자 동사무소에서 사람이 나와 봐준다던지, 2차대전 당시의 방공호 같은걸 (그 당시부터 살아왔으니) 알고 있다던지 하는 부분이 제법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