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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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완독한 <네가 있는 ___요일>✨
소설 설정부터 매우 흥미롭다. 일곱 명씩 보디메이트(body-mate)로 묶여 하나의 신체를 요일별로 공유하는 인간 7부제의 시대.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한 6일 동안은 가상 현실 낙원에서 생활한다. 실체는 데이터 센터에 보관된 뇌 안에 들어 있고 서버를 통해 낙원에 접속해 스스로가 상상하는 대로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원수 지간이었던 지나와 울림은 같은 신체를 각각 화요일과 수요일에 사용하는 보디메이트가 되는 바람에 관계가 더 악화된다. (술을 진탕 먹은 몸을 울림에게 넘겨 주는 등 온갖 진상짓을 하는 지나..) 재력 있는 집안이라 7부제로 살아갈 필요 없는 ‘365’였던 지나는 울림 때문에 자신이 7부제로 살아가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울림을 계획살인한다. 울림의 물 공포증을 이용해 스쿠버 다이빙 하기 직전에 울림을 신체로 불러낸 것. 지나는 다이버까지 꾀어내 결국 울림을 익사시킨다.

공유 신체를 잃은 채 ‘혼‘이 되어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을 점차 잃게 생긴 울림은 지나의 계획살인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나선다. 그 과정에서 그토록 그리워했던 강이룬을 ‘무재’라는 바뀐 이름으로 만나게 된다. 과거에 갑자기 사라져버렸던 무재의 진실과 사랑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지나의 여정. 그 끝은 어떻게 될까.


탄탄한 세계관과 섬세한 설정들 하나하나에 몰입하면서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함께 고민했다. 아무리 풍요로운 낙원이라도 그곳에 나 혼자라면, 사랑하는 이들이 없다면 ‘낙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주일 중 오직 하루만 오프라인에서 실체로 생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주저없이 택할 것 같다. 설령 쫓겨다녀야 하더라도.

이 소설을 읽기 전엔 제목의 빈칸을 채워보려 했다. 네가 있는 ‘무슨’ 요일이 좋을까 생각하며. 하지만 빈칸을 채울 필요가 없어졌다. ‘네’가 있다면 무슨 요일이든 상관 없을 거니까.
“네가 거기 있으니까. 네가 있는 요일에 나도 매일 있고 싶으니까.” 지나가 무재에게 건넸던 낭만적인 고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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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15-216) 시계의 분침이 시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주 살짝 자리를 옮겼을 뿐이고, 창밖의 풍경 역시 하나도 달라진 게 없지만, 울림은 낯선 세계에 온 기분이었다. 목요일이라는 세상에.

📖 (p.327) 네 마음의 깊이를 다시 확인하자 덜컥 겁이 났다. 네가 내 곁을 떠나지 않을까 봐. 내 옆에 남아서 불행해질까 봐. 그래서 가장 중요한 진실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 네가 연민이라는 덫에 걸리지 않도록.

📖 (p.335) 네가 나를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 내가 너를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나의 고장 난 뇌가 강이룬은 잊어도 현울림은 기억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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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짓는 마음 - 당신을 지킬 권리의 언어를 만듭니다
이보라 지음 / 유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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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SBI 필기시험에서 가해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 대한민국의 법을 지적하는 책을 제안하는 글을 썼다. 이렇듯 법의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늘 있었다. 수많은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끊이지 않는 현상은 법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과연 피해자를 위한 법은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심. 그러나 우리는 법을 멀리 할 수 없다. 나의 가장 큰 권리를 담고 있는 언어이고, 그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때 가장 필요한 게 결국 법이기 때문에.

이 책은 국회에서 10년 남짓 입법노동자(국회의원 보좌관)로 살며 법을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법의 당사자와 공무원, 주민, 기업인, 노동자,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지지고 볶으며 보낸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렇듯이, 나에게 국회는 부정적인 이미지(=국민 세금으로 특혜를 누리면서도 마냥 싸워 대는 집단)로 박혀있다. 그러나 저자는 시민이 국회를 버리면 권력과 가장 가까운 자들부터 국회를 활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욕만 하고 관여하지 않으면 국회가 '가진 사람'의 것이 되고, 불행하게도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 가닿지 못한다고. 결국 우리 일상을 흔들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게 법이라는 말에 설득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총 14개의 법을 만드는 과정과 함께 법이 통과된 이후의 세계가 차례로 펼쳐진다. 법 하나 통과되면 천지개벽할 것 같았지만 결국 눈 하나 꿈쩍 않는 세상에 대한 설움과, 제대로 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지만 되돌아보니 그래도 1센티미터씩은 나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저자의 낙관도 함께 담겨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다. "삶을 통해 존재를 증명할 권리"라는 제목의 이 글은 2022년 9월 14일 밤 일어난 서울 지하철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가해자 전주환이 자신을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 A씨를 역 내 화장실에서 살인한 사건이다. 피해자로부터 최초로 스토킹 사건을 신고 받은 경찰은 1차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피해자가 2차로 신고한 뒤에는 영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 형사 사법 실무에 따르면 경찰은 스토킹이 신고될 때 반드시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했고, 설령 기각되더라도 사정 변경(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을 통해 영장을 재신청했어야 했다. 게다가 법원은 가해자가 지난 3년 간 피해자에게 350여 차례나 연락하고 불법 촬영물 유포 협박을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주지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과 법원은 스토킹을 '가벼운 범죄'로 본 것이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최초 발의 이후 22년 만인 2021년 10월에야 어렵게 통과됐다. 법 통과 전까진 피해자가 신고해도 피해자가 맞거나 협박과 강요를 당해야만 처벌이 가능했다. 가혹하게도 피해자가 숨지기 직전까지 가야 국가 공권력이 작동될 수 있었다. 사건 직후 서울교통공사가 내놓은 재발 방지 대책은 더 기가 차다. '여직원 당직 폐지'. 게다가 여성가족부 장관은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하는 조치를 하지 않아 생긴 일인 양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철저히 가해자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이들을 보며 분노가 차올랐다.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법인데 법이 그들을 외면하면, 그럼 피해자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이 국가 내에 과연 존재하는가?

저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싸웠다. 신당역 사건 직후 국회 차원에서 긴급하게 사건 현장에 가고, 경찰청·법무부·여성가족부 등의 관계 기관을 불러서 왜 사건 예방을 못했는지 현안 질의를 하고,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스토킹처벌법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안 중심으로 개정됐고, 5,400여 건 처분된 스토킹 행위가 국가 공식 실태 자료로 분석되어 예방 자료로 쓰이게 되었다.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다. "죽음을 통해서만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존재가 증명되는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하며, 그 역할을 국회가 해야 한다는 것".

법의 시작과 끝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니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나도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법을 들여다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또다시 법에 대한 회의감으로 법을 멀리 하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꺼내볼 생각이다.


📖 (김영란 전 대법관 추천사 中) 저자는 공감만 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가 더 나쁘다고 지적하면서 '대안 없는 공감'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라 하는가 하면, '지당하신 말씀'이 아닌 '보고 듣고 만지는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런 일을 해 나가려면 능력을 과시할 게 아니라 이해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든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저자의 지적은 단지 국회에서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다 적용되어야 할 것들이다. 나아가 이 지적에 대한 현재완료형 답이 무엇인지도 다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이슬아 작가 추천사 中) 읽는 동안 냉온욕 하는 것마냥 가슴이 차가워지고 뜨거워지기를 반복했다. 냉기가 돌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실무자의 실행 능력과 별수 없이 따뜻하고 물렁한 시민의 마음이 번갈아 읽혔다. 그런 사람이 만든 법들은 이 이름만으로도 내 마음을 흔든다. 인생의 아주 취약한 부분을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가진 자를 더 가지게 하는 이야기 말고, 그늘진 구석과 벼랑 끝에 선 자의 이야기를 위한 책이다.

📖 (p.19) 법은 자원을 배분하는 사회의 약속이자 누구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돕는 그물망 역할을 한다.

📖 (p.53-54) 보이지 않는 자를 보이게 하고, 목소리 없는 자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 대리인으로서 국회의 본령이다. 법은 하나의 도구일 뿐, 피해자는 피해 사건으로 인해 단절된 일상을 다시 살게 되는 때에야 비로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법이 국가로부터 버림받아 평생 각인된 고통에 한 줌 위로의 도구가 될 수 있기를. 그것이 내가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다.

📖 (p.222) 말이 되지 않는 말을 꿰는 일은 시민이 시간을 써서 연습할 것이 아니라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시민의 표정을 살피며 맞게 이해하고 있는지 놓친 것은 없는지, 말 속의 외마디는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리터러시 훈련이 가장 필요한 곳은 국회다. 능력의 과시가 아니라 이해의 확장이 가장 필요한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 (p.225) 국회는 법을 창작하는 곳이고 행정부는 창작된 법을 집행하는 곳이고 사법부는 해석하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 농담 반쯤 섞어서 우리 직업은 요즘 유행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하곤 한다. 그런데 정작 창작하는 곳인 국회는 너무나 바쁜 나머지 새로운 생각과 시도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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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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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통이 사라지자, 인간은 다시 고통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중독성과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진통제를 보급하는 제약회사와 고통을 숭배하는 신흥 종교단체. 교단은 고통을 느끼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다고 주장하며 제약회사를 테러한다. 테러사건 후 잠잠해진 교단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온몸이 고문 흔적으로 가득하고 체내에서 다량의 약물이 검출된 채 죽은 교단의 지도자들.

이 사건을 둘러싼 주요 인물들의 이름이 독특했다.

경 : 홀로 경, 날렵할 현, 산뜻할 현, 우아하다, 단단하다, 홀로, 고독하다
현 : 흐를 현, 넓고 깊을 현, 이슬 빛날 현
태 : 날카로울 예, 창 태, 날카롭다, 용맹하다
한 : 태의 형, 들개 한, 야생 개 간, 감옥 안
욱 : 교단의 추종자, 슬퍼할 욱
엽 : 빛날 엽

읽으면 읽을수록 한 글자의 단순한 이름에 인물의 속성을 모두 담아냈음이 드러난다. 이들은 자라온 환경에 따라 저마다 다른 속성을 지니게 되었고 고통에 관한 가치관도 모두 상이하다.

특히 ‘태-경’ ‘경-현’ 이 두 관계가 흥미로웠다.
테러사건의 범인 태는 교단에 헌신하며 남들에게 무자비하게 고통을 가하는 한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 또한 교단에 속해있으면서도 교리 외의 영역에서 고통의 의미와 삶의 목적을 찾으려 했다.
부모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한 경은 테러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후에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태를 보며 망가졌더라도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했지만 현과 재회한 후 깨달았다.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경은 태를 떠나고 현과 함께 삶의 목적을 찾는다.


SF소설이지만 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사이비 종교, 약물 투약, 가정 폭력, 동성 결혼에 대한 차별 등 현사회에서 마주하는 고통들과 이러한 고통을 거창하게 여기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라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우리 인생에는 당연히 고통이 있어야 한다는 듯이.

마지막 장을 덮은 후 “고통을 경험하고 극복해야만 초월을 얻을 수 있다“는 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이와 반대로 고통에 삶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고통은 단지 고통일 뿐이다. 경과 현이 그랬듯이 이제 지나간 고통은 모두 과거에 남겨두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결정할 할 때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왔던 ‘고통’이라는 감정을 복합적으로 풀어내 처음엔 어려웠으나 점차 인물들의 서사에 빠져들면서 내가 생각하는 고통과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다.

📖 (p.128)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신체의 감각과 기능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 (p.285)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을 견딥니다. 고통에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 (p.291) 물리적으로 감각하는 모든 정보를 신체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지 못할 때 마음은 그것을 고통이라 정의했다. 그러므로 기쁨도, 환희도, 초월도, 아마 구원조차도, 인간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모두 고통이었다.

📖 (p.302) 비일상적인 삶의 경험과 강렬한 고통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과 즉각적인 유대감을 맺기는 불가능했다. 고통과 고통의 탐색은 오히려 경을 타인으로부터 고립시켰다.
고통의 탐색에 매몰되면 결국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던 그 고통으로 돌아가 결국 다시 그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던져야 할 질문들을 모두 던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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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 - 나를 위한 삶의 질문들
최진주 지음, 인재현.인신영 그림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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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는 책이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미처 돌보지 못했던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 삶의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을 길어 올리는 일, 안개처럼 희미해져가는 꿈을 다시 선명하게 만드는 일. 이 모든 것을 거쳐 더욱 ‘나다워’지기 위한 여정이 담겨있다.

책을 읽다보면 최진주 작가의 다정한 글과 인재현, 인신영 작가의 따뜻한 그림이 더해져 치유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 작가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관점을 담은 L.I.F.E를 주제로 나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각 주제별로 영감을 주는 문장과 격언-저자의 편지-저자의 질문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기록하는 공간 순으로 이어진다. 저자와 함께 ‘사색’하고 소유한 것보다 ‘사유’한 것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특히 마음에 꽂힌 부분은 두세번씩 반복해서 읽었다.

마지막 ‘감정’에 관한 내용 중 이 목차가 눈에 띄었다. “빗 속에서 춤춰도 괜찮아”

우리의 삶은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기도 하고, 잔잔한 바람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다가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는 날도 있다. 예고 없이 세찬 빗줄기가 헤집고 들어와 마음이 솜뭉치처럼 축축하게 젖는 날도.

그러나 내 마음의 날씨는 나에게 주도권이 있다. 나에게 찾아온 폭풍과 빗줄기를 멈추게 할 순 없지만, 그 비를 피하고만 있을 것인지 즐겁게 맞을 건인지 그건 내 선택이다.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긍정성과 생기를 잃지 않길 바라본다.

저자는 네 가지 주제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삶 속의 굴곡과 빈틈은 우리의 내면을 강하게 만들고, 그 빈틈 사이로 소중한 이들의 빛과 사랑이 채워져 더 찬란할 거라는 것, 그러니 우리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모습의 구슬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아껴줄 것‘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느라 미처 돌보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한결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는 모든 삶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내가 선택한 삶’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라는 저자의 말을 가슴 속에 새기고 살아가려 한다✨

〰️
📖 (p.104) 사람을 대할 때는 불을 대하듯 하라. 다가갈 때는 타지 않을 정도로, 멀어질 때는 얼지 않을 만큼만.
- 디오게네스, 고대 그리스 철학자

📖 (p.192)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강렬한 자각. 바로 이런 느낌이 우리가 염원하는 행복에 가장 가까운 상태가 아닐까?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국 긍정심리학자

📖 (p.254) 실패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진정으로 누구인지 보다 뚜렷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동안 실수할 뿐입니다.
- 오프라 윈프리, 미국 방송인

📖 (p.342)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비비안 그린, 영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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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 -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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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력만 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노력을 굉장히 중시해왔다. 그러다보니 뭔가를 실패하면 항상 내 탓으로 돌렸다. '내가 노력을 덜 해서 실패한거야. 죽도록 노력하면 이룰 수 있겠지.' 이런 생각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노력의 배신』은 이런 나에게 큰 위안을 준 책이다. 연세대학교 심리학자 교수인 김영훈 저자는 노력의 힘이 우리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으며, 오히려 노력보다 재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고, 노력의 효과 또한 그들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 곧, '노력'도 '재능'의 일부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기회인 노력조차 결국 재능이라는 사실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모두가 각자 노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한 경우 그 분야에 재능이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재능이 있는 분야를 찾아나가면 된다. 예전에는 준비하던 시험에 계속해서 불합격했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떨어진 거라고 끊임없이 자책하며 다른 길을 찾을 용기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의미없는 노력의 시간만 계속되었다. 그 땐 '노력'의 중요성만 지나치게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서 벗어나 좀 더 넓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저자는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는 현상의 원인이 사회에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노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대한민국 사회 때문에 노력의 부재를 따지며 서로를 끊임없이 판단하고 정죄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한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개인에게 전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며, 개인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모두가 공평한 사회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담당해야 하며 그에 따른 사회적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실패한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모습을 보고, 더는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타인을 가혹하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상처와 패배감, 자괴감을 짊어졌던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걸 너무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이젠 조금은 힘을 빼고 내 노력이 빛을 볼 수 있는 곳, 내 재능을 찾아갈 차례다.

방탄소년단 <뱁새>의 ‘노력노력 타령 좀 그만 둬’라는 가사가 생각나는 책! 노력이 다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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