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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전업작가 시점
심너울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평점 :
-문학수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인칭 전업작가 시점
📗심너울
📘2024.12.30 ~ 2025. 1. 4
💁♂️심너울 작가는 서강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SF소설 작가이다. 단편소설 <정적>으로 데뷔하여 중장편소설 <소멸사회>를 비롯하여 수많은 단편소설, 칼럼, 시나리오 등 텍스트로 가능한 모든 영역을 섭렵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SF소설 장르는 익숙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지금 상당히 흥미가 생겼다. 군데군데 작가님이 던져 놓은 떡밥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으니 아마 조만간 미끼를 한번 물지 않을까 싶다. 이름만 보고 여자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건장한 청년 작가여서 깜짝 놀랐다.
💭책의 겉표지가 너무 예쁘다. 검정 바탕에 파스텔 톤 반짝이 글씨가 알록달록하게 새겨져 있다. 책 읽기는 싫어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고 싶은 사람은 많다. 나도 그 중 하나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난 뒤 나는 은연 중에 전업작가의 삶을 동경해왔다. 전업작가가 되면 하루 종일 책 읽고 글쓰는 일만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했던 내 철없는 생각을 반성한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이 책은 내 그런 바람을 무참히 짓밟아 주었다.
💭이 책은 SF소설가 심너울의 세상과 그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조곤조곤 수다 떨듯 펼쳐 놓고 있다. 막연하게 생각만 해 보던 작가 생활이 생각만큼 녹록치 않다는 것과 그럼에도 전업작가 생활을 6년 넘게 하고 있는 작가님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서문에서는 작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심너울을 소개한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작가라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책의 첫장부터 시원하게 밝힌 그가 얼마나 글쓰기를 사랑하는지 삶을 당당하게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쏟는지 엿볼 수 있었다.
📌p21. 글쓰기는 매우 고독한 일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나는 그 고독 속에서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1장에서는 소설에 녹아 있는 다양한 세계관을 다룬다. 소설 속 인물이 어떻게 창조되는지, 서사의 구조를 어떻게 짜는지를 작가님만의 방법을 읽고 나니 예로 들어주신 <반지의 제왕>도 다르게 보였다.
📌p199. 작가는 의도하며 작품을 만든다. 어떤 사람들이 자기 작품을 즐길지 생각한다. 그들의 세계관에 어떤 식으로 균열을 낼지 상상한다. 수많은 사람에게 전혀 의도치 않았던 영감을 주는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야말로 우리 세상의 아름다움 중 하나다.
✅2장에서는 텍스트의 여러 렌즈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경험을 들려준다. 소설 한 편이 그저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단편이 장편의 프리퀄이 될 수도 있으며 영상이라는 2차 판권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전율을 느꼈다.
✅3장에서는 세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관찰하는 심너울 작가만의 통찰이 빛난다. 특히 인공지능만으로 좋은 글쓰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인공지능을 실제 글쓰기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준 부분은 정말 유용했다. 출판 시장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 현업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경험을 읽으니 이런 상황에도 열심히 글을 쓰는 작가와 책을 만들어 내는 출판사에 존경심이 들었다.
✅4장은 심너울 작가가 사랑한 작품이 소개된다. 고전 뿐만 아니라 뮤지컬, 게임,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작가만의 솔직한 감상평이 너무 재미있다. 게임 문외한인 나는 게임에도 서사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어 신기했다.
✅요즘은 TV를 보거나 신문을 보는 것조차 힘에 부친다. 매체를 접할 때마다 한숨 나오는 일 밖에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 부정적인 생각이 정말 많이 든다. 마지막 장에서 작가님의 아버지 말씀이 귀를 때린다.
“오징어가 흉년이면 뭐 고등어는 풍년이겠지?”
현실이 힘들지라도 결국 다른 좋은 일이 일어나 잘 풀릴 테니 낙관적으로 살아가라는 말씀이다.
💭늘 동경하던 세계에 한 발자국 더 들어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고뇌하는 전업작가의 하루를 훔쳐본 느낌이다. 매일 쥐어 짜내며 글을 쓰면서도 그 시간이 좋아서 다른 일은 할 수 없는, 그럼에도 혹시 전업작가의 삶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면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의 가업을 물려받겠다는 작가님의 털털함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