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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 고전 속 퀴어 로맨스
숀 휴잇 지음, 루크 에드워드 홀 그림, 김하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2월
평점 :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숀 휴잇 / 루크 에드워드 홀 그림 / 을유문화사
📘2025.2.15-23
🤔퀴어(queer): 기묘한, 이상야릇한, 남자 동성애의
💁♂️<행복한 왕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일약 스타가 되어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던 19세기 후반 유미주의 대표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독특한 성적 취향으로 사교계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실제 동성연애자였던 그는 연인의 아버지를 고소한 일로 성적 정체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연극 공연 무산, 책 출판 금지, ‘가장 혐오스런 타락의 중심’이라는 불명예스런 죄명으로 2년형을 살고 나온 오스카 와일드는 이후 병마에 시달리다 쓸쓸하게 죽는다.
💭100년 전에도 동성애는 지탄의 대상이었나 보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었던 홍석천씨의 커밍아웃 사건이 떠올랐다. 그의 용기있는 태도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풍기문란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20년 전보다는 개선된 듯 보이지만 그래도 남들과 다른 성적 취향을 가졌다는 건 여전히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 보면 유난히 미소년이 많이 등장한다. 소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웅과 함께 하며 연인과 친구 사이를 넘나든다. 그 사이를 오가며 야릇한 상상을 하며 궁금증을 키운 사람이 과연 나 뿐일까.
💁♂️아일랜드 시인이자 작가인 숀 휴잇은 동성애로 재판대에 선 오스카 와일드가 플라톤과 미켈란젤로, 셰익스피어의 사랑을 언급했던 순간 법정에서 쏟아진 박수갈채를 떠올렸다. 고전 문학의 정수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비롯해 소크라테스와 파우사니아스 등 고대 지식인들의 사랑에 관한 명연설은 ‘퀴어함’이 자연스럽게 인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완전한 일부였던 세계를 보여 준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연인 150쌍으로 채워진 ‘신성한 부대‘를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군대를 재편할 때 씨족은 씨족끼리, 부족은 부족끼리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때 이 ‘연인 부대’는 위험 앞에서 물러나지 않고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사랑으로 단결한 부대는 절대 깨지거나 흩어지지 않고 서로를 지키고 보호했다.
p11. 퀴어 없는 세상이란 거짓 개념이며, 그 역사에 군데군데 구멍이 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역사는 과거 그 자체가 아니라 과거가 쓰인 방식일 뿐이다. 더 가까이서 더 오래 들여다보면 처음에는 새까만 하늘처럼 보이던 것이 어느새 수많은 별자리로 반짝이기 시작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승자의 입맛대로 허구가 가미되기도 하고 미미한 사건이 중요한 장면으로, 중요한 장면이 별볼일 없는 사건으로 둔갑하기도 했을 것이다. 자손 번식이 후대로 문명을 전달할 수단이었던 인류에게 자손을 생산할 수 없는 생물학적 사랑은 터부시되었다. 그 결과 동성애는 점차 양지에서 사라졌고 ‘퀴어’라는 꼬리표가 금기된 게 아닐까.
💭남녀 간의 사랑이든 동성 간의 사랑이든 사랑은 모든 걸 불사하게 만든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건 그 속에서 자신을 불살랐을 고대 문학의 작가를 통해 탄생했던 수많은 문학 작품의 일부를 맛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랑은 사람을 시인으로 만든다.”는 에우리피데스의 말처럼 사랑은 우리 삶을 꽃밭으로 만들기도 하고 전쟁터로 만들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면 흔해 빠진 유행가도 내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일러스트 또한 감각적이다. 영국의 화가이자 디자이어, 칼럼니스트인 루크 에드워드 홀이 굵은 선과 강렬한 색감으로 거침없이 표현한 작품 덕분에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도발적인 책 제목에 끌렸는데 이 제목은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시인이었던 테오그니스의 서정시에서 따왔다.
p250. 한 시간이라도 좋아요. 그리고 다시 태어난 나를 지혜로운 일상으로 돌여보내 줘요. 그대의 얼굴이 내 앞에 있는 한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예요. 키스가 죽음을 의미한다 해도 나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예요.
💋죽음을 의미하는 키스일지라도 절대 멈출 수 없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제는 가족이 된 남편에게 그런 욕망을 품어 본 적이 있었던가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오늘은 남편에게 뽀뽀라도 한 번 해 줘야겠다.☺️☺️☺️
-이 글은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