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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명랑한 우울들
정말빛 지음 / 인생첫책 / 2025년 1월
평점 :
-안녕, 나의 명랑한 우울들
-정말빛 / 인생첫책
-2025.02.07-02.08
“사람의 감정이란 이 세상의 모든 색을 닮았다. 나는 그 많은 색 중 우울이란 색이 조금 더 짙을 뿐이다. 걷다 보면 작은 가로등 하나를 만나기도 하고 희미한 별빛을 친구 삼아 갈 수도 있다. 나는 명랑한 우울증 환자다.” 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정말빛 작가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초등학교 교사이자 책과 글을 애정하는 문인이다.
서평단 신청을 한 뒤 나는 궁금한 마음에 인스타에서 정말빛 작가를 검색하고 피드를 훑어 보았다. 빨간색 립스틱과 빨간 구두가 떠오를 만큼 강렬하고 숏커트가 어울릴 만큼 세련된 얼굴이었다. 그녀의 첫인상과 다르게 우울에 대한 주제라니 조금 의외였다.
서평단에 뽑혔다는 기쁜 소식을 접한 후 손꼽아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다. <안녕, 나의 명랑한 우울들>이란 반어적 표현이 넘실거리는 제목에 우울과 어울리지 않는 샛노란 커버가 인상적이었다. ‘우울’하면 빼먹을 수 없는 검은 먹구름과 비가 까만 글씨의 제목 위에 살포시 내리고 있었다. 일단 제목이 근사했다.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인지 살짝 가늠할 수 있었고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일게 만들었다.
정말빛 작가처럼 공교육의 테두리는 아니지만, 나도 아이들을 매일 학교 밖에서 만난다. 작가님과 내가 가진 고민의 방향은 조금 다를지라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더 멋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나 또한 초기에 암을 발견하고 치료하면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우울이 심하게 찾아온 건. 기분이 매일 널 뛰듯 요동쳤고 수업 중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와 책상 밑으로 숨었던 일도 있었다.
p43. 왜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까?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는 과한 책임감이 만든 압박감, 그걸 감추려고 장착한 과도한 명랑함, 그럴수록 더 지쳐가는 마음들이 쌓이고 싸여 나도 모르는 사이 겹겹이 가면을 쓰는 사람이 된 건 아닌지.
겉모습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내면은 한없이 여린 사람이기에 그걸 숨기려고 나 또한 늘 여러 가면을 썼다. 1년 동안 상담을 받았지만 상태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슬픔과 불안함을 오가던 나의 감정기복은 글을 쓰기 시작하며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과거를 회상하고 지나간 일에 후회와 반성을 하며 조금씩 현실에 발을 붙이게 되었다.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나 웃고 떠들며 원래 나 그대로의 웃음을 되찾고 있다.
한때 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일하며 만난 학교 교사 중엔 좋은 분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많았다. 아이들을 짐짝 취급하고 문제아로 미리 점찍어 하루종일 소리지르며 불평을 늘어 놓는 교사를 보며 그런 교사를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참 안돼 보였다. 정말빛 선생님의 제자들은 정말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을 것 같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늘 예쁜 눈으로 봐 주셨을 테니.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계실 테니. 세월이 지나도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이 책을 내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분인데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만천하에 밝혔으니 말이다.
p199. 가면도 나고, 가면을 쓴다고 착각하는 나도 나고, 아이들이 좋은 나도 나고, 혼자가 되면 우울한 나도 나다.
자신의 상태를 흔쾌히 인정하고 용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이렇게 스스로를 편견없이 드러내는 분이기에 어느 누구든 치우침 없이 감싸주고 사랑해 주는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아이들과의 신나는 수업 시간 모습과 그 속에서 열과 성을 다하는 교사로서, 두 아들의 빵점 엄마로서의 고뇌를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죽음 이후에도 끈을 놓을 수 없는 부녀지간의 안타까움과 친정 어머니를 향한 미안함까지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작가의 우울증 고백서인가 싶었는데 읽어가다 보니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세상과 아이들을 향한 정말빛 작가의 정열적인 사랑 고백서라는 걸.
-이 서평은 모도 @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인생첫책 @thefirstbookoflife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