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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사냥꾼 - 유쾌한 과일주의자의 달콤한 지식여행
아담 리스 골너 지음, 김선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책이나 신문, TV에는 건강정보가 넘치고 넘친다. 오래 살고 건강하게 살려는 인간들의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온갖 정보가 너무도 많은 것이다. 그 중에는 기기묘묘한 방법도 허다하고 전통의학, 대체의학을 표방하는 처방도 상당한데, 대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들은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식이요법이 아닐까 싶다.
이런 건강식을 소개하는 수많은 정보가 거의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내용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싱싱한 제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라는 권고일 것이다.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빨강색의 탐스런 과일을 섭취하는 것은 도무지 버릴 것 없는 천혜의 건강식이라는 말을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을 듯 싶다. 그만큼 과일에 관한한 인류의 100%가 예찬일변도라는 것이다.
그런 천상의 식품인 과일에 대하여 진기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 바로 <과일사냥꾼>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과일'에 관한 재미난 일화와 과일에 탐닉하는 이들의 유별난 삶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과일백과는 아니다. 예를 들면, 사과의 원산지는 어디며 그 효능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과의 재배방법은 어떠하고 어떤 병충해에 약한지, 사과품종은 어떻게 구별되며 품종에 따른 혹은 지역에 따른 사과의 질은 어찌 구분되는지 등등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과일을 다루되 과일의 이면, 과일을 예찬하되 과일 숭배자의 특이하고도 재미난 일화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을 넘기다 보면 온통 '과일'이 넘쳐난다. 본문만 400쪽에 달하는 이 책에서 '과일'이라는 단어가 없는 쪽수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과일중독, 과일사냥, 과일치유, 과일전쟁, 과일박쥐, 과일탐정, 과일강도, 과일경찰 등등 평소에 듣기 힘든 용어를 비롯하여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다른 용어들, '과일' 이라는 말이 앞에 위치한 합성어 혹은 파생어만 하여도 대충 헤아려 약 100여 가지가 등장할 정도로 과일에 관한한 무한한 얘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딸기, 자두, 복숭아, 참외, 수박, 토마토, 포도, 사과, 배, 감, 오렌지, 귤, 자몽, 바나나, 파인애플, 멜론, 키위(참, 여기서 수박, 토마토는 과일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 등등 불과 20여종 정도만 평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름도 생김새도 모르는 과일이 마치 장맛비 쏟아지듯 연이어 등장하는 책을 읽는 것은 어찌보면 고역일 수도 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역자와 출판사에서는 별도의 찾아보기를 만들어 좀 소개라도 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종류의 책을 통해 그 생김새 정도라도 그리고 어느 정도의 풍미에 대한 소개라도 해주었더라면 더없이 좋았으련만.......
암튼, 좋아하고 사랑하는 과일을 찾아 헤매는 광적인 '과일애호가'들이 겪은 파란만장하고 흥미진진한 얘기를 읽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자꾸 침을 삼키고 마음마저 청량해지는 느낌을 가질 수 수 있어 좋았다.
필자는 과일사냥꾼들이 지구 곳곳을 누비며 과일을 찾아내고 보존하며 아끼고 맛보는 이야기를 통해 과일에 대한 인간의 애정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또한 저자는 그저 과일에 대한 무작정의 찬사만 늘어놓는다거나 과일이 건강에 이롭고 질병을 치료하는 효능을 지녔다는 식의 막연한 예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냉정한 시각에서 과일에 대한 지나친 탐닉이 빚어낸 불화와 불행, 갈등과 다툼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자본의 위력 앞에서 점점 자연의 풍미를 잃고 인공의 작품으로 변해가는 과일의 타락도 강도높게 제기하면서 과연 이 시대 우리에게 '제대로 된 과일'을 맛보는 기회는 사라졌는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신의 선물 혹은 진화의 산물인지는 구별할 필요 없지만 인간에게, 아니 동물 전체 종에게 없어서는 아니되는 '과일'의 진정한 맛을 찾고 그 은혜로움을 누리고자 하는 '과일사냥꾼'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삶을 추적해본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