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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셰리 터클 엮음, 정나리아.이은경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른바 샤프라고 불리는 자동연필(mechanical pencil)을 나도 몇자루나 갖고 있다. 가벼운 플라스틱 혹은 금속으로 몸체가 만들어진 것도 있고 wood제품인 것도 있다. 연필을 사용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책을 볼 때나 뭔가 메모를 할 일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그것을 집어 들게 된다. 그러니 많은 숫자의 샤프가 딱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어쩌다 문방구점을 지나치게 될 때면 특이한 모양, 혹은 디자인이 이쁜 것들을 부담없이 집어 들다 보니 필요 이상의 샤프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독서나 메모를 위해 하나를 고를 때면 대개 늘 사용하는 친숙한 것을 손에 들게 된다. 색깔이나 재질,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동일한 샤프가 손에 들려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무의식 중에 더 애착이 가거나 마음이 동하는 종류가 있음이 아니겠는가? 왠지 그 연필을 손에 들면 독서의 효율도 오를 것 같고 공부에 열중하게 되리라는 암묵의 동의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람에게 누구나 그처럼 알게 모르게 '의미'를 지닌 것들이 무수히 많을 수도 있고 특별한 한 두가지 물건에는 더더욱 그런 애정과 추억과 각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들이 있을 터이다. 

평상시에는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그치던 것이 바로 이 책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에서는 새로운 '의미'가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34명의 저명한 각 분야 전문가--책에서는 세계적 석학이라 소개했는데,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이 태반이다. 워낙 과학분야의 '전문가'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인들에게는 낯익은 이름이 별로 없어 보인다--가 자신의 삶에서 특별한 인연을 지닌, 혹은 특이한 경험으로 자신의 생을 결정지은 그러한 물건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하기야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는 추억, 획기적인 인생의 전환, 결정적인 진로 확정 등에 영향을 미친 것이 어찌 하나의 사물만 있겠는가? 누군가의 조언, 충고, 격려, 그리고 자신의 참담한 실패, 갈등, 환희, 감동, 애달픈 사연, 아름다운 풍광, 한 줄의 글귀 등등 유무형의 것들이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가? 

다만,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 유독 '사물' 한 가지씩을 내세워 자신의 삶의 궤적을 이야기 한다. 첼로, 매듭, 사진 몇장, 여행가방, 수첩, 노란 우비, 노트북, 멜버른 기차, 팔찌, 진공청소기는 물론 심지어는 우을증 치료제, 혈당측정기까지 있으며 월드북 백과사전도 등장한다. 그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물건의 종류는 사람의 개체수 만큼 많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 포함된 34인은 그 각각의 물건을 단순히 추억하고 자신의 삶과의 묘한 인연을 설명하는 가벼운 고백이기를 거부하고 그 하나 하나에 대한 깊은 의미를 천착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푸코의 철학, 칸트의 철학, 에릭 에릭슨의 사회심리학, 피아제의 인식론, 가스통 바슐라르의 문학이론, 안데르센의 동화 한 대목이 가진 의미, 롤랑 바르트의 문예이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까지 종류도 다양한 이론과 학설, 철학 미학적 이론이 각각의 고백담에 추가되고 분석되기를 바란다.  

다시 말하면, 가벼운 읽을거리의 미셀러니가 아니라 본격적인 에세이가 되고 있음이다.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겠다며 책을 펼쳐들면 큰코를 다치기 십상이다. 무겁지 않은 저자들의 내면의 토로를 듣고 있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각각의 물건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삶이란 얼마나 많은 의미들로 채워져 있는가를 곰곰 따져 보지 않는다면 이 책이 주는 '의미'는 퇴색할 것이 분명하다.     

사람이 누구나 동일한 물건에 동일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일반적인 평가를 내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 책에서 그런 점을 읽을 수 있다. 어찌 혈당측정계가 누군가에게 진지한 삶의 무게로 다가온다고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바로 그런 차원에서 오늘 이 독서 이후부터는 세상의 모든 사물, 내 주변의 작은 물건들이 "나는 대체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라며 물으며 달려들 것 같다. 비단 그뿐이겠는가? 나 역시 스쳐넘겼던 '나의 물건'들을 보다 유심히 대하며 내삶의 많은 것들이 저들 물건에 얼마나 빚지고 있는가를 새삼스러운 눈길로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내 인생의 의미있는 사물"은 무엇일까?   

나도 이 책에 포함될 만한 한 편의 '에세이'를 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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