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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의 골프 -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 18명의 인생 수업
밥 미첼 지음, 김성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저자 [밥 미첼]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인물이다. 책 안쪽 날개의 저자 이력을 보니 문학에, 특히 프랑스 문학에 일가견을 지닌 인물이고 각종 스포츠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물론 본인이 직접 해보지 않은 운동 종목이 없을 정도의 만능 스포츠맨이라는 소개다. 많지는 않은 저작 모두 야구와 인생, 스포츠와 '道(Tao)'를 다룰 정도로 스포츠를 밑자락으로 하는 작품들이다. 

마치 저자 자신을 연상케 하는 문학교수이자 스포츠 광팬인 주인공 엘리엇 굿맨(사실상 저자 자신이 엘리엇 굿맨임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 있다. 13쪽 하단에서 14쪽 상단에 걸쳐 나오는 대목인데, 하버드대학 와이드너 메모리얼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는 엘리엇 자신의 저서라는 <감성에는 나름대로의 이성이 있다>가 바로 저자인 밥 미첼의 저서와 동명이라는 점이다)이 심근경색 증상으로 인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고 혼수상태에서 하나님이 찾아와 내기골프를 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내기골프에서 이기면 다시 한 번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지면 이대로 목숨이 다하는 것으로 하자는 하나님의 제안에 엘리엇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18홀의 내기골프에 임하게 된다. 

아뿔싸, 근데 첫번째 홀부터 등장하는 하나님의 대리인인 상대선수가 사람을 기죽이는 역사적 위대한 인물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긴 수염을 휘날리며 필드에서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엘리엇은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놀라면서도 자신의 생명을 되찾는 일이 걸린만큼 기죽지 않고 게임에 임하리라 작정하는 한편, 위대한 인류의 스승에게 그간에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해가면서 열심히 골프에 전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엘리엇은 18홀 전 코스에서 위대한, 혹은 훌륭한 각계의 인물을 만나고 이들에게서 단순히 골프 기술만이 아니라 인생의 참의미에 대해 하나씩 새롭게 깨쳐 나간다. 

다빈치에게서는 결단력을, 필즈에게서 무아의 경지를, 모세에게서는 정의를, 비틀즈의 영원한 신화인 레논에게서 즐거움을, 프로이트에게서 집중력을, 에드가 알란 포에게서 동정심을, 소크라테스에게서 자각을, 잔 다르크에게서 노력을, 작은 베이브에게서 겸손을, 마릴린 먼로에게서 자만의 위험을, 피카소에게서 자립심을, 링컨에게서 성실을, 베토벤에게서 열정을, 세익스피어에게서 인간성을, 베이브 루스에게서 재능의 다양성을, 콜럼버스에게서 모험심을, 간디에게서 마음의 평정을, 벤 호건에게서 과감성을 차례로 배워나간다. 이런 깨달음과 성찰의 과정에서 엘리엇은 일방적으로 그 인물들에게서 배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그들과의 열띤 토론을 벌려 나가므로써 진정한 앎의 세계를 열어 나간다. 물론 골프의 여러가지 기술, 스윙과 샷, 퍼팅 등등에 대해서도 전문골퍼 못지 않은 다양한 경우들을 배치하여 마치 박세리나 아니카 소렌스탐에게 개인지도 받는듯한 재미도 만끽하게 한다. 

엘리엇은 우여곡절, 파란만장 끝에 아쉽게 시합에서는 간발의 차로 석패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하신 하나님은 '살아 있는 마음'이 진정 무엇인가를 설파하여 엘리엇의 남은 인생, 혹은 제2의 인생이 어떠해야 함을 가르쳐주신 후 삶을 되돌려 주신다. "시합에는 졌지만 열린 마음으로 플레이를 하고 마음 속에 간직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결국 목숨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엘리엇의 감격적인 한 마디가 이 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유일한 선물'이 되는 셈이다. 

<천국에서의 골프>는 소설 혹은 에세이라기보다는 처세, 혹은 자기성찰용 내용을 문학적으로 포장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 싶다. 하여, 이 작품을 두고 작품성이나 예술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엘리엇과 함께 그리고 18인의 위대한 인물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푸른 잔디 펼쳐진 필드를 거닐며 인생공부하는 것으로 족하다. 문제는 누구나 알 것 같고,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가르침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드러난 제대로 된 삶을 진정으로 사는 이는 참으로 드물다는 사실, 우리들 범인들은 참으로 실천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따름이다. 그게 내가 배운 가르침이라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듯 싶다. 반성하고 다시 기회를 얻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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