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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Your Mind 오픈 유어 마인드 -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행복명언
이화승 엮음 / 빅북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한가한 지하철역 구내에서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는 사이, 문득 한족 벽면에 붙어있는 아름다운 글귀를 접하는 경우가 있다. 짧은 경구들 속에 담긴 뜻을 알아채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게 된다. 뭉클하는 작은 소용돌이가 마음 저 밑에서 솟구치기도 한다. 고운 이야기, 감동의 한 귀절을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차분해지고 뭔가의 새로움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자주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일부러 찾지 않아도 좋은 글, 마음을 흔드는 명언들이 주변에, 도처에 널려있다. 우선 광화문 한복판의 그 웅장한 보험회사 건물 벽면에 붙어있는 대형 현수막의 글귀만 해도 그렇다.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혹은 주려는 귀한 말씀이 곳곳에서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있다. 사실 성인을 비롯하여 위대한 종교적, 철학적, 예술적 인물들이 남긴 촌철살인의 그 한마디가 결국은 고리에 고리가 연이어 이어지듯 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해석이 다양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다 옳고 바른 듯 보이기도 하지만 정반대의 경우 또한 '사실'일 수 있다는 것에 적잖이 당황할 때도 많다.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명언 경구를 수많이 접하다보면 '침묵'만이 '금'은 아니요, '다변' 또한 '금강석'처럼 절실할 때도 있는 법이다. 삶이란 결국 다양한 조건 속에서 최선의 선택이 연속되는 것이기에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상반된 가르침들이 경우에 따라 공통적으로 용인되는 사례가 허더할지라도 결국에는 원칙적인 善, 美, 외형보다는 내면, 육체적 욕망보다는 정신적 성숙, 비난과 갈등보다는 화해와 타협, 빠름보다는 약간의 느림, 쾌락보다는 평안한 만족 등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을듯 싶다. 

동양, 특히 일본(아마도 편자가 참고한 원저작의 주요 부분들이 日本서적인 것 같다)불교의 묵상전통, 일본불교인 일련교 고승들의 말씀을 주로하여 편집된 책 <OPEN YOUR MIND>도 이런 전통에 따른 '명언집'이다. 순간에 얻는 귀한 감동을 한꺼번에 뭉치로 담아주는 이런 책들은 우선은 고맙다. 반성의 기회를 곱배기로 안겨주기 때문이다. 버리지 못하는 아집, 떨쳐내지 못하는 욕망의 찌꺼기, 가라앉지 않는 분노나 애증의 감정들을 차곡차곡 눌러 주저앉게 만들려면 최소한 이렇게 거듭 강조되는 '말씀의 폭탄 세례'를 받는 것도 유익한 체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마운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300쪽 가까운 그 내용들에 주눅들어 소화불량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염려때문이다. 해결할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치 소설읽기처럼 앞표지부터 내리 다 읽지 말고 띄엄띄엄, 생각날 때마다 펼쳐서 몇 쪽만 감상하고 음미한 후 다시 덮어두는 방법이 해결책의 하나일 수 있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방법을 택하기로 하고 어떤 때는 일상의 작은 표정들을 담아놓은 사진만 들여다 보기도 하고, 식상하면 몇편의 경구들을 읽어 보았다. 간혹, 특히 앞 부분에 군데군데 담겨있는 르네상스풍의, 그리고 들라크루와풍의, 모네풍의 그림은 그냥 넘겨버렸다. 로마신화나 성경(구약)의 한 테마를 화폭에 옮겨놓은 그 명화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용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배치때문이었다. 

귀하고 좋은 말씀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제목처럼 '마음을 열라고 하고 나도 열려고 해보았다' 하지만 열렸는가? 전적으로 내 모자람과 성찰의 부족으로 문고리만 잡고 서 있는 형국이다. 당연히 책의 내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의 닫힘때문이리라' 아마도 두고두고 자주자주 들쳐보면서 작은 들창이라도 열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 '행복명언'에게 고마운 인사를 드려야겠다. 

구태여 한 마디 보태자. 단일한 저작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원전을 바탕으로 뽑아 만든 '엮음책'이라는 점에서 내용에 일관성은 아무래도 좀 부족한 점이 있음은 차치하고 번역상 매끄럽지 못한 점이 허다하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편자의 오역이라기보다는 우리말로 옮김에 있어서의 의미전달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결정적인 오역은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직역과 의역이 교차하는 가운데 본시 그 경구가 지닌 '맛과 멋'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토를 달고 싶은 것이다. 이런 경구 명언집은 우리말의 매끄러운 맛이 그 묘미를 더 한층 살려줄 수 있기에 반드시 필요한 지적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예를 들 수도 있지만, 엮은이의 노고에 진심으로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는 전제에서 몇개만 나열해보자.  

The pursuit of truth attracts critics.(12쪽) 역자는 '진리추구는 비판자를 끌어들인다'로 하였는데, 한문투의 이런 번역은 의미전달의 깊이를 반감시키지 않겠는가? 특히 영문에서 物主語는 이유, 원인, 조건 등의 부사구 혹은 절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문법적 지식'도 있지 않은가? 차라리 "진리를 추구하다보면 비판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정도로 의역해도 무방할 듯 싶다. 

When the student is ready, the teacher will appear.(44쪽) '학생들이 준비가 되면 스승이 나타난다'는 번역은 너무 무미건조하다. 그저 "배울 준비만 되면 스승은 나타나게 된다" 정도 좋을듯... .. Make time each day for self-reflection(83쪽)-'날마다 자아반성을 위한 시간을 가져라'는 번역은 우선 '자아'와 '자기'에 대한 혼용도 문제고 그냥 "매일 스스로를 반성하라" 혹은 "매일 자신을 돌아보라" 정도면 어떨까? 

이외도 지나친 한문투와 고답체 문투 때문에 영문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되려 우리말의 옮김을 읽으면 무슨 말인지 알듯 모를듯한 부분이 제법 많다. 혹여 역자가 다음 기회에 좀 더 가다듬어 주면 어떨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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