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 가족 문학의 즐거움 58
명은숙 지음, 한아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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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쉽게 세상 돌아가는 것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만큼 사람들은 너무나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빠져 사는 것도 같다.

한 사람에게 삶이란 어느 시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모든 순간들이 삶이다. 아이들이라고 다를 게 없다. 

아이들도 주어진 자신의 삶을 최선에 다해 살고 있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힘든 것은 똑같이 힘들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삶이 왜 힘든지 모른다.

심지어 힘들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아픔은 사회의 아픔이고 사회의 문제다. 

<천원짜리 가족>은 아이들 글로는 쉽게 쓸 수 없는, 

하지만 결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공간에서 

상처 받고 있는 아이들의 세계를 잘 그려내고 있다.

다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모습이 좀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단편모음집이라는 한계 때문으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아이들만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 아니듯이

아이들 책이라고 아이들만 보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함께 읽으며 아이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진다면  

오랜 시간 창작의 고통을 겪었을 작가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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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욕구 바깥바람 12
폴 디엘 지음, 하정희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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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말만큼 인류의 역사에서 회자되는 말도 없다. 이것은 인간에게 보편적이고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으로 쓰이다보니 그 가치나 의미가 상실된 채 저급하게 오용되는 측면에서는 각성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랑을 위대하고 소중하며 고유한 인간적 덕목으로 여기면서 얼마나 그 이름으로 인류를 폭력과 환멸로 이끌었는가. 사랑이라는 말로 분노하고 증오했던, 정확하게 사랑에 반대되는 행위를 사랑으로 포장했던 것이 또한 인류의 역사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폴 디엘이 정신분석학적으로 이해한 사랑도 그런 인간의 이중적 욕구, 자기중심적 욕망 때문에 어떻게 자라는 아이들이 왜곡된 가치 판단으로 고통 받고 있는지 매우 치밀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하이데거가 강조했듯이 인간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생존본능의 차원에서 세계에 순응하고 저항하고 고뇌하면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이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랑을 지나치게 받으면 응석받이로 자라고, 부족하게 받으면 무기력하고 허영심에 들뜬 반항적인 아이로 자란다. 그 과정에서 지나친 자기 억압과 자책이 죄의식을 동반해 자기학대로 이어진다. 이런 아이들이 성장하면 강박증이나 분열증을 앓게 된다고 디엘은 말한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인식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 스스로 치유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어떤 상황에 대해 자신의 인식 한계 안에서 해석하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를 끌어내고 그것 때문에 상대를 비난하고 증오하고 그런 자신을 혐오하고 미워하며 죄책감과 열등감 속에서 자기학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이나 상담은 바로 이 자기학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무의식의 깊숙한 곳에 무엇이 자신의 성격을 왜곡시키고 있는지 피상담자 스스로 보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지나침도 부족함도 아닌 적절하고도 지혜로운 그리고 지속적인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은 매우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사랑의 욕구는 중용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하는 상담자나 교육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린이 청소년 책을 쓰는 작가들에게 매우 유용한 좋은 책이다.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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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 2020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2020 도깨비책방 선정도서 바람그림책 85
김선남 지음 / 천개의바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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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약간 쓸쓸하면서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작가의 말처럼 나무는 제자리에서 꼼짝을 못하면서도 지난 수억 년 동안 이 지구를 푸르름으로 아름답게 꾸며주었지요. 그러니 나무가 우리처럼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 이 글처럼 기다림의 감성을 가질 수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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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의 값 : 잎이와 EP 사이 - 백승연 희곡 반올림 42
백승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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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인가 셰익스피어의 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햄릿이 희곡인 걸 보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당연히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당시에도 희곡은 낯설었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국의 유명한 희곡들은 문학의 고전이란 이름으로 소개되지만 국내 작가들의 본격적인 희곡은 드물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뭐 그 외에도 희곡이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만사는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는 것을 인정하면 희곡이 문학의 기본이자 완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연극무대를 상상하며 희곡을 읽으면 인물들이 다투고 갈등하는 장면들에서 감정이입이 일어나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감추고 싶은 내면의 위선들을 발견하게 될 때 문학 내지 예술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감동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함수의 값 : 잎이와 EP 사이>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소년들의 교육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희곡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 스스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가 사회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위선자가 될 수밖에 없는 그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들은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 그렇게 아이들이 성장해서 나중에 사회가 요구하는 인물이 되면 경쟁에서 살아남아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한때 양심과 죄책감에 시달렸던 지난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신의 부모가 했던 것처럼 또 다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교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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