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욕구 바깥바람 12
폴 디엘 지음, 하정희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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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말만큼 인류의 역사에서 회자되는 말도 없다. 이것은 인간에게 보편적이고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으로 쓰이다보니 그 가치나 의미가 상실된 채 저급하게 오용되는 측면에서는 각성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랑을 위대하고 소중하며 고유한 인간적 덕목으로 여기면서 얼마나 그 이름으로 인류를 폭력과 환멸로 이끌었는가. 사랑이라는 말로 분노하고 증오했던, 정확하게 사랑에 반대되는 행위를 사랑으로 포장했던 것이 또한 인류의 역사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폴 디엘이 정신분석학적으로 이해한 사랑도 그런 인간의 이중적 욕구, 자기중심적 욕망 때문에 어떻게 자라는 아이들이 왜곡된 가치 판단으로 고통 받고 있는지 매우 치밀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하이데거가 강조했듯이 인간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생존본능의 차원에서 세계에 순응하고 저항하고 고뇌하면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이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랑을 지나치게 받으면 응석받이로 자라고, 부족하게 받으면 무기력하고 허영심에 들뜬 반항적인 아이로 자란다. 그 과정에서 지나친 자기 억압과 자책이 죄의식을 동반해 자기학대로 이어진다. 이런 아이들이 성장하면 강박증이나 분열증을 앓게 된다고 디엘은 말한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인식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 스스로 치유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어떤 상황에 대해 자신의 인식 한계 안에서 해석하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를 끌어내고 그것 때문에 상대를 비난하고 증오하고 그런 자신을 혐오하고 미워하며 죄책감과 열등감 속에서 자기학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이나 상담은 바로 이 자기학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무의식의 깊숙한 곳에 무엇이 자신의 성격을 왜곡시키고 있는지 피상담자 스스로 보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지나침도 부족함도 아닌 적절하고도 지혜로운 그리고 지속적인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은 매우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사랑의 욕구는 중용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하는 상담자나 교육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린이 청소년 책을 쓰는 작가들에게 매우 유용한 좋은 책이다.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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