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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들리 러블리 - 로맨스릴러 단편선
배명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2월
평점 :
📝 당신이 휘파람을 불면, 나는 그곳이 어디든 간에 발톱을 세우며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갈 것이다. (p 93)
📝 "우리는 먼 곳에서 흘러왔고 또 먼 곳으로 떠밀려 갈 거에요." (p 169)
📝 함께 장미빛 종결을 맞아요. 우리의 마지막을 기대해요. (p 267)
총 아홉 작품의 로맨스 스릴러 단편들로 이루어진 소설집 《데들리 러블리》. 책 제목에 걸맞게 치명적이게 사랑스러운 작품들이 빼곡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단편은 <폭풍의 집>, <로흐>, <소원의 집>, <오만하고 아름다운>이었고, 이 중에선 <로흐>가 가장 좋았다.
<폭풍의 집>은 왜 이렇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 건지, 일어나야만 했던 건지 궁금하다. 소영의 가족들은 왜 죽어서도 그녀를 괴롭히는지, 도진은 왜 소영의 곁에 머무는 건지, 사실은 소영이 그들을 찾는 건 아닌지 알고 싶은 점이 계속 생겨난다.
<로흐>는 22페이지 남짓한 짧은 소설이지만 그 여운이 220페이지는 되는 느낌이다.
소설 속 로흐의 모습은 과연 어떨지, 비로소 하루를 통해 자신을 완성한 모습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예상치 못했던 오랜 이별의 끝에서 그들은 결국 재회할 수 있었을까. 로흐의 여섯 번째 감각이 무어라 알려줬을까. 정세랑 작가님의 《지구에서 한아뿐》이 생각나는 소설.
<소원의 집>은 나름의 반전과 전개가 흥미진진했던 작품. 최근 사랑에 관한 앤솔러지를 읽었는데, '이런 맹목적이고 사이코스러운 사랑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만하고 아름다운>은 '데들리 러블리'라는 제목에 딱 걸맞은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정체를 숨기고 지낸 푸른 털의 소녀와 흡혈귀. 마지막 '그대와 나는 서로의 치사량이었다'라는 말이 인상깊다. 서로를 죽일 만큼 사랑하는 관계, 어느 노래 가사처럼 서로를 부서지게 하고 또 껴안는 관계,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를 판타지 소설로 잘 표현한 작품.
단편소설이라 전체적으로 설명이 조금 부족하고, 급하게 전개되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스릴러를 좋아하는 나에겐 아주 만족스러웠던 단편선.
스릴러 처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