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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언어가 될 때 ㅣ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소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평점 :
📝 아주 먼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성은 보편자가 아니었고, 될 수 없었으며, 따라서 따라서 자신의 존재 그 자체로 존재를 인정받을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p 31)
📝 그들은 페미니즘의 항복을 받아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들은 성폭력이 권력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나를 궁지로 몰아 '남성은 여성에 비해 성욕이 크다'는 등의 구닥다리 논리를 페미니스트의 입으로,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로 들어냄으로써 항복을 받아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p 76)
《경험이 언어가 될 때》는 여느 페미니즘 도서와 여성학 도서처럼 주입적이고 보수적인 교육에서 자란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점들을 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경험해온 일들을 소개하기도,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작가는 이 책을 시작하며 쉬우면서도 사람들이 어렵다고 느끼지는 않을 만큼 어렵게 썼다고 한다. 그리고 마무리하며 이 책이 쉽게 쓰여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란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쩌면 나는 작가가 말하는 보편적인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는 제법 읽기가 까다로운 책이었는데 그 이유를 아래에 적어본다.
우선 주석이 너무 많았다. 그중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도, 너무나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도, 주석의 길이가 상당해 본문 읽기에 방해가 되는 것도 있었다.
또, 파트와 소주제들이 나눠져있기는 하지만 종종 내용들이 개연성 없이 이어진다고 느껴지기도 했으며 전체적으로 한 문단이 너무 길고 매끄럽지 못해 집중하기 어려웠다.
분명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도서임은 틀림없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 작가의 행보는 응원할 테지만, 어쩌면 정말 내가 작가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 이 책에 녹아들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지금까지 페미니즘 도서를 적지 않게 읽어왔는데 그중에선 조금 복잡하게 느껴졌고, 가슴 깊이 공감하기 어려웠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