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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독일사 - 단숨에 읽는 독일 역사 100장면 ㅣ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역사
세키 신코 지음, 류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처음 이 책, <내 손안의 독일사>를 받았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책이 놀랄 만큼 가볍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책들은 불필요하게 무겁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가벼운 무게 덕에 여행을 다니며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너무 좋을것 같았다.
이 책은 ‘무겁고 지루한 역사책은 안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실제로 읽어보면 그 말이 딱 들어맞는다. 딱딱한 교과서 같은 설명 대신, 독일 역사의 주요 장면 100가지를 이야기처럼 풀어내고 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나,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 혹은 조용한 카페에서 잠깐 시간을 보낼 때 부담 없이 펼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중간중간 실린 그림과 지도는 당시 상황을 머릿속에 더 선명하게 그려주어 이해를 돕는 데 아주 좋다. 책 뒤에 있는 연표를 보며 세계사와 독일 역사를 함께 살펴보는 재미도 컸다.
무엇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독일과 우리나라의 역사가 참 많이 닮았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전쟁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역사, 그리고 분단을 겪었던 경험, 제조업 중심의 경제 성장과 같은 부분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만한 동질감을 준다. 특히 '파독 광부'나 '파독 간호사' 분들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독일은 우리에게 더욱 특별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프랑크 왕국부터 시작하여 중세의 신성 로마 제국,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의 대립, 두 차례의 세계 대전, 나치의 비극, 냉전 시대의 분단과 통일, 그리고 오늘날 유럽 통합의 역사까지 폭넓게 다룬다. 역사의 흐름 속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독일 인물 이야기, 장소, 국기, 스포츠에 얽힌 비하인드까지 알차게 담겨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나치가 어떻게 대중의 지지를 받아 집권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인상깊다. 실업자 구제를 위해 아우토반을 건설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점차 군수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서늘했다. 평범한 가장들이 결국 전쟁에 가담하게 되는 현실, 그리고 민주적인 투표로 히틀러의 나치당이 선택되었다는 사실은 '다수의 의견이 언제나 옳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나올 수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독일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그 풍경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건물 하나, 박물관 속 그림 한 점, 심지어 맥주 한 잔, 소시지 한 조각에도 그 땅에 쌓여 온 긴 역사의 흔적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말 딱 맞는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역사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독일 역사를 재미있게 소개해주고 싶은 부모님들께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