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평점 :
책 속의 김재원은 방송에서 보아온 활기찬 진행자가 아니다. 열세 살에 엄마를, 서른셋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뒤늦게 찾아온 그리움과 애도의 시간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장모를 ‘두 번째 엄마’라 부르며 함께했던 시간, 그리고 그마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깨달은 마음까지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다.
83편의 짧은 글들은 일상의 단상처럼 잔잔하지만, 한 편 한 편이 오래 도록 여운을 남긴다. 아나운서답게 깔끔하면서도 시를 사랑한 사람다운 문장이 이어지는데, 정호승 시인의 “모과향 같은 시의 향기”가 무엇인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된다. 작은 씨앗 하나가 나무로 자라듯, 사소한 언어와 기억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커져 간다.
읽다 보면 결국 나도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 곁에 있는 엄마, 이미 멀리 간 엄마, 혹은 여전히 마음속에만 있는 엄마까지. ‘엄마라서 그래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순간들이 부끄럽게 스쳐 간다. 한동안 전하지 못한 말, 미뤄둔 마음을 오늘이라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따라온다.
한 사람의 그리움이 오래된 애도가 되어가는 과정을 조용히 보여 준다. 그래서 더 깊이 와닿는 것 같다. 읽는 내내, 오래전 묻어둔 그리움이 다시 숨쉬고, 부모를 향한 사랑이 새삼 선명해진다.
부모와의 이별을 이미 겪었거나, 언젠가 겪게 될 모든 이에게. 《엄마의 얼굴》은 그 시간을 준비하고, 또 마음속에서 다시 만나는 법을 알려 주는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