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풍요속에 살다보니 무엇하나 아쉬울 것 없이 아껴 쓰거나 나누는 일에 조금 둔감해지기 쉬운 것 같다. 무조건 새것만 좋아하고 남이 쓰던 물건은 더럽다고 생각하는 책 속 ‘찬호’의 모습은 어쩌면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니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 같아서 눈길이 간다.
『꺼벙이 억수와 아나바다』는 벼룩시장을 계기로 모둠 발표를 준비하게 된 찬호, 고은이, 그리고 억수의 이야기를 통해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의 참뜻을 보여준다. 보통 ‘환경 보호’라고 하면 지구가 오염되고 있다는 둥 무겁고 거창한 설명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에게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상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풀어내서 참 반가웠다.
특히 남이 쓰던 물건이라면 질색하던 찬호가 고은이, 억수와 함께 벼룩시장을 경험하며 조금씩 생각을 바꾸어 가는 과정이 인상 깊다. 억지로 환경을 지키라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이 다른 친구에게는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다는 나눔의 기쁨을 스스로 느끼게 해 준다.
무엇보다 주인공 ‘억수’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겉모습은 어수룩해 보일지 몰라도, 늘 친구를 먼저 배려하고 묵묵하게 착한 마음을 건네는 억수를 보고 있으면 읽는 내내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진다. 요즘처럼 자기를 드러내기 바쁜 시대에 이런 순수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친구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대단한 전문가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 손때가 묻은 물건을 소중히 다루고 이웃과 나누는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새 물건만 고집하는 아이들이나, 환경과 나눔의 소중함을 쉽고 따뜻하게 알려주고 싶은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함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