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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
나규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공항은 늘 설레는 마음으로 찾는 장소다. 여행을 떠나거나,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돌아오는 순간들이 겹쳐 있는 공간. 『소프트 랜딩』은 그런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것도 하청의 하청, 또 그 아래의 하청 소속 계약직 노동자들, 그리고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수인과 단아의 이야기. 그 설정만으로도 읽기 전부터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건, ‘분류당하는 삶’이라는 말이었다. 계약직, 비정규직, 1차와 2차, 그리고 성소수자. 사람을 사람으로 보기보다, 자꾸 이름을 붙이고 줄을 긋는 사회 속에서 수인과 단아는 늘 조심스럽다. 아직 우리 사회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선과 말들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숨겨야 할 것이 되고, 설명해야 할 것이 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랑은 너무 예쁘고, 애틋하고, 짠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자꾸만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고,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착륙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사랑의 모양은 다르지 않은데, 그 사랑이 통과해야 할 난기류는 왜 이렇게 많은지, 그게 더 서럽게 느껴진다.
차별을 소리 높여 외치는 대신 인물들의 선택과 침묵, 관계의 틈으로 조용히 보여준다. 그래서 더 아픈 현실로 다가온다. 수인과 단아가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순간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멀어지는 장면들에 마음이 오래 남는다.
『소프트 랜딩』은 해피엔딩을 약속하지는 않지만 이 둘이 언젠가는 서로의 품 안에 무사히 내려앉을 수 있기를, 그저 사랑만 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자연스럽게 바라게 된다. 이성 간의 사랑과 다를 것 없는 사랑인데, 굳이 더 많은 설명과 용기가 필요해야 하는 현실이 이 소설을 더 씁쓸하게 만든다.
읽고 나면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사회를 다시 보게 된다.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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