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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싸움 대장
정해왕 지음, 김효찬 그림 / 월천상회 / 2025년 10월
평점 :
이 책을 읽다 보면 ‘싸움’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분위기가 처음과 끝이 다르다.
과자를 더 먹으려고 누나와 티격태격하는 가벼운 싸움을 시작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그 싸움의 종류와 무게가 조금씩 달라진다.
졸음을 버티며 공부하던 시간, 전쟁터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하루하루, 그리고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던 병과의 싸움까지.
그 모든 순간이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걸 떠올리게 한다.
손녀의 눈에 보이는 할아버지는 ‘싸움대장’이지만, 그것은 그저 단순한 별명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이기려는 싸움보다는 지켜야 하는 것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했던 싸움이라는것을 깨닫는순간 조용히 마음이 흔들른다.
인생은 결국 크고 작은 싸움의 연속이라는 말이 꼭 책 한가운데에 적혀 있는 것처럼 다가왔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버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조금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었다.
책을 덮으며 앞으로 내 삶에서 마주할 싸움들도 언젠가 지나갈 순간이라는 걸 생각하게 된다.
힘이 들 때마다 이 책의 할아버지처럼 한 발씩 나아가면 된다는 마음이 생긴다.
세대의 간격을 넘어, 서로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하게 만드는 이야기.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