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願) : 강원 테마 소설집 UMZIPS 3
김윤지 지음 / 칼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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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강릉의 '강'과 원주의 '원'을 따서 만든 이름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원’이라는 제목은 강원의 '언덕원'과 발음이 같은 '원할 원'으로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원'에서 파생된 각기 다른 의미와 주체를 찾아 연결했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그 안에 담긴 여러 의미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결국 사람들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바람’, ‘출발점’, ‘하나’, ‘연결’같은 단어들이 작품속에서 느슨하게 묶이는 느낌이다.

네 편의 단편은 모두 강원도라는 실제 공간에서 출발하여 “지금 이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할까?”라는 질문으로 독자들을 끌고간다. 

**〈선우와 지안〉**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두 아이의 이야기로, 미묘한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잡혀서 금방 빠져들었다. 짧은 단편인데도 캐릭터가 또렷하게 남아 아쉽다는 느낌보다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든다.

**〈소실〉**

 돌봄 시스템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데,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공간일수록 더 많은것이 숨겨져 있다는것을 깨닫게 된다. 어떤 선택이 진짜 자유인지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즐거운 항해일지〉**

분위기가 가장 밝고 넓게 펼쳐진다. 낯선 행성의 풍경이 상상 속에서 계속 이어져서, 편지 형식임에도 공간감이 또렷하게 생생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분 좋게 읽힌 단편이다.

**〈설〉**

 기술이 인간을 대신해서 가능성을 판단하는 미래를 다루는데,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조용히 생각해 보게 된다. 과장없이 담담하게 흘러가는데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각각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살아가면서 원하고 무엇을 포기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놓는다. 강원도 곳곳을 직접 답사한 기록과 함께 제공되는 설명 페이지도 과하지 않아서 좋았고, 작품을 읽는 흐름을 해치지 않고 배경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전체적으로 과거·현재·미래가 자연스럽게 섞인 느낌의 단편집으로, 세월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집과 구성도 깔끔하다. 산뜻한 톤으로 흘러서 밤에 잠깐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강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지금’을 다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소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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