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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마법의 칼 - 노벨상 받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다섯 가지 비밀과 그림동화
조르조 파리시 지음, 카밀라 핀토나토 그림, 김지우 옮김 / 공존 / 2025년 9월
평점 :
세계적 물리학자 조르조 파리시가 들려주는 과학이 녹아있는 다섯편의 동화가 담긴 특별한 그림책이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복잡계 연구자라는 이력이 먼저 눈길을 끌지만, 책을 펼치면 과학자의 냉철함보다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먼저 느껴진다.
이 책의 동화들은 파리시가 젊은 시절 자녀를 위해, 그리고 최근 손주들을 위해 직접 지어 들려준 이야기다. 왕자와 공주가 정해진 역할을 하는 전통적 구조에서 벗어나, 소녀가 주인공이 되고 곤충과 풀 같은 작은 생명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가족을 위해 모험을 떠나는 소녀,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깨닫는 어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아이들…. 다섯 편의 동화에는 용기·책임·공감·절제 등 삶을 지탱하는 가치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각 이야기 앞에 실린 과학 문답도 굉장히 흥미롭다. 손주들이 던진 질문을 시작으로, 물리·천문·생물 이야기를 파리시가 쉽고 재미있게 풀어준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아이 눈높이에서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는 결코 어렵지 않다. 마치 잠자리에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밤하늘의 비밀처럼 다정하고 생생하다.
책은 동화를 읽는 즐거움 뿐 아니라, 과학을 향한 호기심과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시선을 함께 선물한다. 아이들은 모험담 속에서 자연스레 공감과 배려를 배우고, 어른들은 오래된 동화의 힘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과학자의 이력보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할아버지’로서의 파리시를 만날 수 있는 책, 가족이 함께 읽으면 더 따뜻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