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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제로 선생님의 기적의 논어 대화법
이정희 지음 / 상상아카데미 / 2025년 9월
평점 :
아이와 대화할 때, 왜 그렇게 말이 안 통하고 답답한건지.. 나의 걱정이 과한건지.. 너가 너무한건지.. 하는 순간이 많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인데, 돌아오는 반응은 짜증이나 침묵뿐.. 이 책의 저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권위와 잔소리로 아이들을 이끌려다 교실이 무너지고, 그 후에야 ‘논어’를 꺼내 들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고개를 돌리던 잔소리에는 귀 닫았지만, 공자의 이야기는 받아들였다.
책 속에는 실제 교실에서 오간 대화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백 점 맞고 싶어서 부정행위를 했어요”라는 고백, “친구가 미워할까 봐 거짓말했어요”라는 고민 앞에서, 선생님은 논어 구절을 꺼내 아이와 함께 답을 찾는다. 단순히 구절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겪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 풀어내니 오래된 고전이 지금 아이들의 이야기로 살아난다.
‘부모 처방전’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잘못을 인정하는 법, 게으름과 싸우는 법, 성적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 같은 것들. 부모가 먼저 보여줘야 할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짚어 주니,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아이를 이렇게 지도하세요”가 아니라, 어른인 나부터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들이 많다. 특히나 마음에 남는 건 시선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명령어는 결국 거리를 만든다. 고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같은 눈높이’에서 시작된다. 교훈을 주려는 의도보다, 함께 듣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열게 된다는 점. 이게 바로 잔소리와 이야기의 차이 아닐까.
논어가 특별해서라기보다는, 그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와 마주 앉아 이 책의 한 구절을 같이 읽어 내려가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