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소년소녀표류기

21세기 소년 소녀 표류기 ㅣ 끌어올려! 경제 지능 4
고영리 지음, 김성영 그림 / 아주좋은날 / 2025년 8월

아이에게 돈과 경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늘 고민스럽다. 용돈을 주면 카드로 쓰거나 간편결제로 결제하는 게 일상이 된 요즘, ‘돈의 가치’나 ‘경제 원리’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게 쉽지 않다. 《21세기 소년소녀 표류기》는 이런 고민에 딱 맞는 답을 주는 책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무인도다. 태풍으로 고립된 아이들은 각자 가져온 물건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물물교환을 시작하지만 원하는 물건을 가진 사람이 내 물건을 원하지 않으면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만들고, 보석이 발견되자 인플레이션까지 겪으며, 마침내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화폐와 은행 제도를 스스로 구축한다. 무인도에서의 그 짧은 시간동안 인류의 화폐발전과 경제의 역사가 다 담겨있다. 

책을 읽다 보면 경제 개념이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희소성과 수요·공급, 화폐의 기능, 인플레이션 같은 어려운 개념들이 무인도에서의 생존과 연결되어 설명되니 훨씬 이해가 쉽고 재미있다. 중간중간 ‘경제 TIP’ 코너가 있어 교과서처럼 정리해 주는 부분도 있어 학습 효과는 두 배가 된다.

무엇보다 ‘경제 = 협력과 신뢰’라는 메시지가 가장 인상깊다. 혼자만 잘 살기 위해 규칙을 깨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걸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는 전 과정이 담겨 있다.단순히 경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해 주는 성장 동화다.

읽는 내내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경제를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모험 동화처럼 읽히지만, 그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경제 원리가 오래 남는다. 경제를 막연히 어렵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