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괴 쥐와 도깨비 ㅣ 책 읽는 샤미 51
이레 지음, 모차 그림 / 이지북 / 2025년 7월
평점 :
『요괴 쥐와 도깨비』는 낯선 환상의 세계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동화다. 도깨비 주랑과 강비, 그리고 인간 친구 건우, 세 친구는 마을 야시장 축제를 즐기던 중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사건을 겪는다. 그 중심에는 정체불명의 요괴 쥐가 있고 그 요괴쥐는 신비한 피리 ‘만파식적’을 이용해 아이들을 유인하고, 그들을 꿈같은 세상에 가둬버린다. 그곳에는 공부도 숙제도 없고, 원하는 것은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지만 그 모든 건 오래가지 못할 환상일 뿐이다.
이야기의 긴장감은 축제가 끝나는 시점까지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점점 고조된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현실로 돌아올 수 없고, 존재마저 잊히게 된다. 주랑과 강비는 도깨비방망이로, 건우는 자신의 용기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요괴 쥐가 보여주는 ‘달콤한 세계’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 속에 숨겨진 위험을 천천히 드러내며, 결국 우리를 지키는 건 눈앞의 유혹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유대감,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만파식적’과 ‘도깨비방망이’는 단지 마법 도구가 아니다. 힘이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걸 보여준다.만파식적도 본래는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피리지만, 잘못된 손에 들어갔을 땐 오히려 위험한 도구가 된다. 그리고 마법의 힘 없이도 친구들을 지키려는 건우의 모습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중 가장 인간적이고 강렬하게 기억된다. 건우가 가진 '힘'은 요괴쥐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가치를 담고있다.
책을 덮으면 무조건 즐겁기만 한 세상이 과연 진짜 행복일까? 내가 바라는 삶은 누군가 만들어준 환상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현실이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판타지에 기대면서도, 현실을 바라보게 만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필요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