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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 에크 ㅣ 책 읽는 샤미 50
신현수 지음, 미니쭌 그림 / 이지북 / 2025년 7월
평점 :
조선 말 격변의 시기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아이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이다.
한겨울 한강에서 시작된 만남, 조선의 장쇠와 아라사에서 온 오데트는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마음을 여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장쇠는 택견을, 오데트는 발레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장쇠와 오데트는 말이아닌 몸을 움직임고 부딪히며 우정을 나눈다. "어느 나라하고도 편먹지 말고 우리 스스로 부국강병을 이뤄야 하느니라"는 선생님의 말 앞에서 장쇠는 혼란스럽다. 오데트와 친구가 되는 건 잘못된 일일까, 나라를 위하는 길은 따로 있는 걸까.
책은 단순한 우정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서재필 선생과 『독립신문』, 독립문 건립에 참여한 아이들의 모습까지 이어지며, 당시의 시대정신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조선이 청나라의 지배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문”이라는 의미의 독립문의 설명은 짧지만 강하게 남는다. 역사란 그저 나와상관없는 교과서 속 이야기가 아닌, 바로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과 아이들의 선택과 행동으로 이루어진 삶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택견과 발레, 만두와 피로시키, 언어와 인사말까지. 이질감으로 시작되었던 것들이 하나하나 익숙한 것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함께하다보면 서로 다르기에 더욱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이들의 마음에는 어른들이 정해 놓은 선보다 더 넓은 세계가 있다. 장쇠가 끝끝내 오데트와 친구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았듯이, 어른의 논리로는 멀어져야 했을지도 모를 두 사람의 우정이, 결국 서로를 바꾸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놓는다.
어떤 문화든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마음을 열면 친구가 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조용히 일러준다.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필요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