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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 있는 사전 - 말끝마다 웃고 정드는 101가지 부산 사투리
양민호.최민경 지음 / 호밀밭 / 2025년 7월
평점 :
이런 책도 나오네’ 싶었는데, 읽고 나니 진심으로 “고마 고맙다 아이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는 경상도 사람과 결혼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진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다. 그때 이 책이 있었다면 시행착오를 조금 덜 겪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이있었지만 말이다.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제목부터 정겹다. '쓸데없다'가 아니라 ‘쓰잘데기 있다’는 경상도식 정서가 유쾌하게 묻어난다. 한 글자부터 다섯 글자 이상까지의 101가지 부산 사투리가 정리되어 있고, 그 뜻과 용례, 어원까지 나름대로 성의껏 풀이해놓았다. 마치 구수한 입말을 글로 옮긴 느낌이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말도 있고, 처음 보는 단어도 꽤 있다.
사투리는 단어만 놓고 보면 뜻이 짐작이 안 가는 경우도 많지만, 그 말이 오가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웃음이 난다. 예를 들어, “퍼뜩 안 오고 뭐하노”, “우리하게 아프다”, “헐타, 싸다”, “까리하게 입었다 아이가”—이런 말들이 가진 결은 표준어로는 똑같이 옮기기 어렵다. 사투리는 상황과 표정, 억양, 정서가 합쳐져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책을 쓴 두 사람 모두 부산 출신이 아니라는 것도 흥미롭다. 부산에서 살면서 부산말에 스며들었고, 그래서 이 언어의 리듬을 타는 데 오히려 더 섬세했을지도 모르겠다. 연구자들이 쓴 책이라 그런지, 단순한 언어 유희를 넘어서 언어와 사람, 지역과 정서가 어떤 식으로 얽혀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짚어낸다. 단어 하나에도 그 지역의 문화와 삶이 녹아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부산이나 경상도 출신인 사람들에게도, 경상도 사투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책이다.
책장을 아무 데나 펼쳐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무거운 인문학서가 아니라, 가볍게 들고 다니며 틈틈이 펼쳐보는 잡학사전 같은 재미가 있다. 사투리는 웃기고 거칠고 유쾌하기만 한 게 아니라, 때론 서정적이고 사람 냄새가 짙게 뭍어난다. 언젠가 부산 여행을 가서 누군가 “마, 퍼뜩 와 보라카이”라고 외친다면, 그 말이 전보다 훨씬 더 따뜻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