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고 있는 내 감정의 속사정 - 화내고 후회하는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전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미정 옮김 / 생각의날개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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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잠긴 감정은 언젠가 꼭 물 밖으로 나온다. 문제는 그게 ‘어떤 형태’로 나오느냐는 것이다. 『나만 모르고 있는 내 감정의 속사정』은 그 감정이 상처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표지를 보고 무언가로 머리를 한대 맞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그 그림. 어린왕자의 모자처럼 보이던 보아뱀그림. 그 보아뱀의 뱃속엔 코끼리가 있었다. 우리는 모자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보아뱀그림이었다는데에만 집중했지 그 속에 먹혀버린 코끼리의 감정은 들여다 본 적이 있었던가. 이 책은 그 코끼리의 감정에 주목한다. 삼켜진 채, 오해받고,분노했지만 결국 침묵하는 코끼리. 어쩌면 그게 지금 우리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말하지 못한 감정,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나의 마음.

책은 감정을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신호’로 본다. 그래서 욱하고, 흥분하고, 눈물이 나는 것조차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다만 문제는 그 이유를 내가 잘 모를 때다.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어.” 그게 반복되면 감정이 아니라 감정적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나도, 관계도, 마음도 점점 무너진다.

책은 이 지점을 찬찬히 짚는다. 단순한 처방이 아니라, 감정을 보는 ‘관점’을 바꾼다. “왜 참지 말아야 하는가”, “왜 설명이 화보다 더 강력한가”, “왜 타인의 평가가 내 감정을 흔드는가” 같은 질문들 속에서,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훈련을 하게 된다. 익숙한 듯 낯선 말들이 가슴을 찌른다. “감정을 억누르는 건 성숙이 아니라 회피다”, “참는 건 피해를 방관하는 것”, “자기 영역에 책임감을 갖는 게 어른의 감정 표현” 같은 문장들. 듣고 보면 다 맞는 말인데, 왜 이토록 자주 잊고 살았을까.


 ‘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추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해야만 한다고 믿었던 수많은 일들, 그게 결국 나를 괴롭히는 감정의 시작점일 수 있다는 것. 내 감정은 억울함에서, 좌절에서, 혹은 지나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내 입으로 설명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감정을 다스리는 기술을 가르친다기보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용기를 북돋는다. “이건 말이야, 너의 잘못이 아니라 너의 마음을 너무 오래 방치한 결과야.” 그렇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듯한 문장들.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지만 전문용어나 진단보다 ‘공감’이 먼저 오는 이유다.

이 책은 욱하는 사람에게도, 참기만 하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무작정 침묵하거나 억누르기보다, “난 지금 이래서 이런 기분이야”라고 말하는 용기. 그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표지에 그려진 코끼리의 감정에서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보여준다.

감정은 약점이 아니다. 감정은 나를 나답게 만드는 나의 일부분이다. 문제는 그걸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던 거다. 『나만 모르고 있는 내 감정의 속사정』은 그 시간을 만들어준다. 읽고 나면, 조금은 덜 욱하고, 조금은 덜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나의 감정에게 말을 걸어보자. "괜찮아, 이제 네 얘기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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