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2025년 아침독서 추천도서, 2025 경남독서한마당 초등저학년 선정도서, 2025년 한학사 추천도서 미소 그림책 9
현단 지음 / 이루리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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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익숙한 놀이 속에 낯선 긴장감이 들어섰다. 움직임이 아닌 '소리'로 사람을 잡는 술래. 그리고 술래는, 눈이 보이지 않는 희나.

처음엔 그저 엄청 게임을 잘해서 조그마한 움직임도 다 감지하는 능력있는 술래라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희나가 들고 있는 흰지팡이를 보게 됐다. 그 순간 다시 책을 앞으로 넘겨 읽게 된다. 보라색으로 채워진 그림들, 희나의 표정, 친구들의 반응, 그리고 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묘사들. 그제야 이 이야기가 담고 있던 중심이 천천히 드러난다.

보라색은 국제적으로 장애와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색이라고 한다. 이 책 속의 보라 역시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장애를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고,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않는 시선. 그 속에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건 단순히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할 수 있다’는 말조차 필요 없는 사회, 다름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세계. 희나가 술래가 되면서 놀이의 규칙이 바뀐 것처럼, 세상도 그렇게 바뀔 수 있다는 희망.

아이와 함께 읽고, 읽고 난 뒤 잠깐 말을 멈췄다. 아이는 “소리로만 잡는 건 더 어려운 거네”라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묵직한 책. 가볍게 넘겼던 그림 하나하나가, 책장을 덮은 뒤에도 마음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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