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사이드미러
여실지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들릴 때, 생각나는 이야기 – 여실지 『난기류』

여실지 작가의 『난기류』를 읽으며 문득 떠올랐다.
예전에 직장에서 느꼈던, 조심스러운 거리감 같은 것.
외부에서 팀장으로 입사한 나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직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이진 못했다.
크게 힘들진 않았지만, 어딘가 벽이 있다는 걸 느끼며 지낸 시간이었다.

『난기류』 속 주인공 서영도 그런 벽 앞에 선다.
단순한 오해로 시작된 일이 점점 번지고, 아무도 그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그럴 때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고, 깊은 고립감 속에 빠져든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좋은 이유는, 절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여실지 작가는 파국 속에서도 인간의 작고 끈질긴 생명력을 놓치지 않는다.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더라도, 사람은 결국 다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읽는 내내 마음이 쿡쿡 아팠지만, 동시에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런 난기류를 지나왔고, 그 시간들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걸.

『난기류』는 거창한 드라마 없이, 한 사람이 흔들리고 다시 서는 과정을 조용히 따라간다.
살다 보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예기치 못한 바람 속에서, 이 책은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