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지켜 줘 키큰하늘 12
김서나경 지음, 임나운 옮김 / 잇츠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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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지켜줘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 친구를 아프게 했다

어릴 적 친구에게 들었던 비밀. ‘절대 말하지 마’라는 말 뒤에 숨겨진 진짜 마음까지 헤아렸던 적이 있었을까? 비밀을 지켜줘는 그 단순한 한마디 뒤에 따라오는 무게와 책임,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는 마음의 파장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세인이는 어느 날, 친구 유신이의 몸에 난 멍을 보게 된다. “비밀로 해줘.” 유신이는 부탁하지만, 세인이는 그 이야기를 또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안에서 꺼내버린다. 중요한 건 유신의 상처가 아니라, 자신이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였다. 말하자면 그 비밀은, ‘배려’가 아닌 ‘흥미’로 소비된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나도 세인 같았던 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아픔을 내가 중심이 되어 말해버렸던 기억, 혹은 말은 안 했지만, 그 비밀을 가볍게 여겼던 순간들. 이 이야기는 ‘비밀을 지킨다’는 것이 단순히 입을 다무는 게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무겁고 슬픈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지만, 책은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게, 하지만 읽고 나면 분명 뭔가 꾹 남는 그런 이야기.

무엇보다 좋았던 건, 내가 아이에게 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비밀이란 무엇인지, 친구와의 신뢰는 어떻게 지켜지는 건지, 누군가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 일인지—그런 것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명확하게 이 한 권에 담겨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정리해 들려주지 못했던 말을 이 책이 대신 해주었고, 아이는 책을 읽고 스스로 깨달아갔다. 그게 참 고마웠다.

이 책은 비밀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관계 속에서 부딪히고 자라는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다. 친구와의 우정, 실수, 그 실수를 마주하는 용기까지.
읽고 나면 묻고 싶어진다.
“너라면, 이 비밀을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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