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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 네이버 인기 블로그 '풀각시 뜨락' 박효신의 녹색 일기장
박효신 지음 / 여성신문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에서부터 흙냄새가 물씩 풍겨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겨운 흰 고무신을 신은 작가의 발을 보고 있으니 어렸을 적 할아버지가 신고 다니시던 고무신이 생각났다. 내 발에 맞지 않는 할아버지 고무신을 끌고 다니며 집에서 키우던 동물들과 식물 하나하나까지도 간섭하고 다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했고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저자는 서울에서의 성공한 삶을 두고 시골 사람이 되기 위해 15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시골살이를 준비했다. 그리고 공주대학교에서 농사일을 배워 직접 옥수수를 키우고 단호박과 여러 식물들을 키우면서 그 기쁨들을 적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귀농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뿐더러 시골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냥 막연히 시골로 가면 어찌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지만 내가 엄마와 텃밭을 가꾸어 본 결과 농사라는게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흙을 고르고, 고랑을 만들고 씨를 심고, 물을 흠뻑 주고, 잡초도 뽑아줘야 하고... 하지만 식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내가 심은 씨앗이 어느새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으로 변할 때 ‘이래서 사람들이 풀을 매고 식물을 가꾸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가 공주대학교에서 농사에 대해 배울 때 초빙강사의 강의시간에 들으셨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사람 손으로 콩 만들어 내고 쌀 만들어 낼 수 없으니까, 식물에게 부탁해서 식물이 생산해 내는 것을 사람이 새치기하는 것이여, 그러니 식물에 대하여 늘 존경심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겨.”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 텃밭에 크고 있는 식물에 대해 다른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당연하게 열매와 잎을 따서 먹었는데... 그분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내 주위에 있는 식물들에게 하찮은 마음을 가지면 안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저자의 10년 전 일기 중 ‘가장 죄를 덜 짓고 사는 법, 그건 흙과 함께 사는 것. 10년 후, 난 꼭 그렇게 살리라...’ 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난 20년 후 꼭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밭을 가꾸며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그런 여유로운 삶을.......
욕심을 버려라...
아름다운 것 볼 줄 아는 건강한 눈이 있고,
아름다운 소리 들을 줄 아는 밝은 귀가 있고,
아름답다 느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 있고,
먼 데서 가끔 찾아오는 다정한 친구들이 있고,
편히 누워 쉴 넉넉한 집이 있고,
가슴에는 아직 식지 않은 열정이 있는데,
지금도 가진 것이 그리 많은데 무얼 더 갖고 싶어 하는 게야. -10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