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초의 마법
박다솜 지음 / 달꽃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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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마 전, 한 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고양이들이 연이어 시체로 발견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의 용의자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면 또 이런 일을 꾸밀 거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여져 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나 길고양이들에게 못살게 구는 걸까?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이었으면 밥이 주지 말라는 둥, 폭력을 가하는 둥, 살해하는 둥 했을까? 못되기 그지없는 인간들. 그래서 나는 몰래 고양이들에게 밥과 츄르를 주곤 한다. 고양이들은 죄가 없으니까.

 

박다솜 작가의 <땡초의 마법>은 길고양이들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을 구해주는 앵무새, 땡초의 이야기다. 고추는 캡사이신이 들어있다. 이 캡사이신은 고추씨에 가장 많이 들어있고, 맵기만 할 뿐 아니라, 소독 효과, 소화 작용, 항암 효과, 비타민C가 들어있다. 이런 땡초를 먹은 앵무새 땡초는, 사람 때문에 발을 다친 비둘기를 치료해주고, 사람 때문에 위험에 처한 고양이를 구해주고, 사람이 지은 높은 건물의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비둘기들을 도와주고,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치일 뻔한 고라니를 구해주고, 사람의 욕심으로 갇힌 동물들을 풀어준다.

 

땡초가 구해주는 동물들의 공통점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이고, 위험에 빠진 사건 역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모두 사람 때문에 동물들이 아프고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 사람들은 모두 어른이다. 높은 건물을 지을 때 유리창에 새들을 위한 장치를 해놓지 않는 것도 어른, 고라니를 치고 가는 차를 모는 것도 어른, 이 동물에게 해를 가하는 모든 사람은 다 어른이다. 왜냐면 어린이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거든. 아픈 동물들을 보살펴주고 사랑해줘야 한다고 배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배운 어린이들이 커서 동물들을 괴롭히는 어른이 되고 마는 걸까? 이 도서를 읽고 <어린 왕자>가 생각났다. <어린 왕자>를 어른이 읽어야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고 하지 않던가. 부디 많은 어른이 <땡초의 마법>을 읽고 우리 주변의 동물들을 소중히 여겨주길 바란다.

 

이 도서를 읽고 나서부터는, 아파트 단지 내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며 속으로 외친다. 땡초야, 우리 동네도 부탁해. 못된 사람들에게서 우리 길고양이들을, 그리고 죄없는 동물들을 구해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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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은 우리 아이 마음 - 중학생 내 아이, 어떻게 다가갈까?
김성현 지음 / 담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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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며칠 전 아빠와 사소한 걸로 싸워 냉전 상태다. 2주 동안 회식이며 외식이며 돼지고기를 먹은 횟수만 다섯 손가락이 넘어가고, 바로 전날에는 새벽까지 막걸리를 마시고 아침에 아르바이트를 나간 탓에 입맛이 전혀 없던 날이었다. 저녁에 가족끼리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는 말에 질색하며 나 안 먹어!’를 외쳤지만, 아빠는 몇 번이나 내 방에 찾아와 나를 달랬다. 아빠를 쳐다보지도 않고 안 먹는다고 대꾸하니 포기하고 나간 아빠는,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와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 아빠는 내가 싫은가 보지 하고 나 또한 아빠한테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어렸을 적에 가장 많이 생각해본 생각을 꼽는다면 아마 모든 이가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싫어해.’가 아닐까? 20대 중반인 필자 역시 며칠 전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왜 어렸을 적에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 걸까? 과거의 나는 엄마, 아빠가 나를 이해해주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커서 엄마, 아빠처럼 자녀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모가 되지 말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알고 싶은 우리 아이 마음>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방법을 찾게 되었다.

 

<알고 싶은 우리 아이 마음>은 작가 김성현이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스토리를 풀어가며, 어떻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키워야 할지 도움을 주는 도서이다. 도서 제목도 그렇고, 옆에 적힌 문구가 중학생 내 아이, 어떻게 다가갈까?”이기에 20대 중반인 내가 읽고 서평을 쓸 수 있을까 싶었다. 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도 아니고 그런 자녀를 둔 부모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사춘기 시절을 세게 겪었던 과거를 생각하며 부모님과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미래를 생각하며 아이를 키울 때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워야 할지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에세이 형식으로, 4개의 챕터로, 한 챕터 당 십여 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말 그대로 이야기로 담겨있기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훌훌 읽을 수 있는 도서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는 것이다. 언제나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나쁜 짓을 하더라도 본인이 먼저 깨닫고,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하지 않을 때까지 기다린 다음, 그들을 이해해주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의 기반으로는 믿음이 필요하다. 당연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모든 엄마, 아빠들은 부모는 처음 해본다. 당연히 어렵고 서투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세상이 처음이지 않은가. 부모 노릇은 처음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알고 싶은 우리 아이 마음>과 같은 도서로 공부하는 노력을 먼저 하는 건 어떨까? 아이들은 세상이 처음이니까. 그 세상을 살아본 부모가 먼저 공부하고 아이들에게 세상을 알려주다 보면, 아이들도 언젠간 이 도서를 읽고 부모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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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띠 사서 다이어리 - 경력단절녀, 도서관 사서 되다
김은희 지음 / 달꽃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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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또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포함에 체크가 되지 않는 도서라 따로 기재합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 하반기 가장 뜨거웠던 한 문장. 꺾이지 않는 마음은 당연히 중요한 건데, 왜 많은 이에게 큰 울림이 되었을까. 그건 아마도 꺾여버린 마음이 너무 많아서가 아닐까? 살아가면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꺾여버린 마음이 너무나도 많아서. 월드컵을 통해 사람들이 그 꺾여버린 마음을 다시 펴는 계기가 되어버렸던 거지.

 

<용띠 사서 다이어리>는 작가 김은희의 꺾이지 않은 마음이 쭉 뻗어 어디에 도달하였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부제목과 표지에도 나타나듯이, 인심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녀의 사서 도전기를 담았다. 어떻게 사서가 되었는지, 사서가 되면 어떤 일을 하는지, 초보 사서에게 일어난 일들, 점점 숙련된 사서가 되면서 벌어진 일들,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 또 이런 사서가 추천하는 도서의 서평까지 우리에게 맞는 눈높이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학교를 졸업한 지 꽤 되었는데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학교 도서관이 선명해진다. - - 대출되는 도서의 바코드가 찍히는 소리, 사락- 도서관 가운데에 있는 큰 책상에서 책을 읽는 학생들이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속닥속닥- 책장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킬킬대는 학생들 소리그리고 서로의 팔에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들어오는 친구들, 반납된 책을 책장에 꽂고 있는 도서부장, 프로젝트 빔을 키며 도서관 특별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 내가, 또 우리가 기억하는 도서관은 이런 모습이지만, 사서는 다르다. 나의 학창시절 학교 도서관이 이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것은 다 사서 선생님의 부단히 노력한 결과였다. 늦게나마 사서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사회적 문제가 드러난 드라마, 영화, 글 등에서 그 문제를 어영부영 넘기려고 할 때, 종종 답답함을 느꼈다.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결했을 텐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주인공들도 문제를 인식하지만, 함부로 해결하지 못한다. ‘그냥 무난하게 남들 살아가면 안 돼? 다른 사람들도 그러잖아.’라고 합리화하게끔 만드는 사회의 분위기를 누가 감히 깰 수 있을까. 깨는 순간 사회에서 나는 이상한 사람, 굳이 문제를 사서 만드는 사람 따위의 낙인이 찍혀버릴 게 분명하기에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는 달랐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당당하게 요 할 건 요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바꿔 보려고도 한다. 읽는 내내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독서의 강점이란 이런 것이다. 나와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지만 배워가는 것이 생기고 내일은 좀 더 다른 마음 가짐으로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

 

이 책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다정함이다. 저자의 다정함.

 

학생들 한 명 한 명과 만난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살아가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한 명 한 명을 기억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직장에서 만난 인연이라면 더욱이. 그냥 도서를 대출하려고 온 학생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도 저자는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기억하고, 또 그때를 반성하기도 한다. 에피소드로 적힌 학생들도, 적히지 않은 학생들도 저자의 다정함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겨두었으리라. 또 그들이 자라서 저자와의 기억으로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게 된다면 언젠간 이 사회는 다정한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3, 아직 조금 쌀쌀하지만, 창가에 앉아 햇볕을 쬐다 보면 나른해지고 뜨끈해지는 그런 시기. 창밖으로 날리는 벚꽃이, 그런 벚꽃을 보고 재잘거리는 사람들 소리를 듣다 보면 괜히 마음이 연분홍색이 되는 시기. <용띠 사서 다이어리>는 이런 책이다. 3월에 벚꽃이 보이는 도서관에서 이 따뜻한 책을 다시 읽으리라. 어디선가 학생들이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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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임자경 지음 / 달꽃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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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마음가짐.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에 수록된 엽편소설 <한 밤 중 검 소리>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소설에서는 어머니가 아기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마음가짐으로 나오지만, 이 문장은 작가인 임자경 같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면서, 자신이 자라오면서 읽고 보고 들어온 책, 영화, 드라마, 음악들에 대한 예찬을 써낸 작가의 소설집은 말 그대로 작가의 소중한 것을 지키는 마음가짐이 그대로 투영되었다. 글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이런 이야기를 붙여 자랑하고 싶었구나 싶어서. 그럼 오케이! 하고 소재가 된 작품들도 보러 가게 됐다.

 

소설집은 자칫 잘못하면 여러 소설의 등장인물과 장소들이 머릿속에 뒤죽박죽 섞이기 쉽다. 저 인물이 이 장소에 나오지 않았나, 하고 헷갈릴 수도 있을 법한데 이 소설집은 그렇지 않다. 지구 밖에서 피오나, 홍콩에서 온 페이, 대한민국의 보석 사기단, 이런 식으로 소설의 배경이 왔다 갔다 하는 목차 구성 덕분이다. 소설마다 등장인물과 장소들이 너무나 다양해서인 것도 있지만, 조화롭게 섞이지 않게끔 구성한 게 한몫을 단단히 했다. 14편의 소설을 더욱 잘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책 가장 마지막에 소설마다 소재가 된 작품을 나열한 것 역시 신의 한 수였다. 소설 중간에 각주로 작품이 등장했다면, 필자같이 산만한 독자는 소설을 읽다가 검색창에 검색하러 떠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에 등장하니 하나, 하나 검색해보며 읽었던 소설을 다시 생각해보고 떠올리면서 더 소설들을 깊게 음미할 수 있었다.

 

모든 소설이 불행하지 않아서 좋다. ‘그래서 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고 끝내던 옛날 옛적 동화책들이 생각난다. 동화와 다른 점은 생각할 거리가 남는다는 거다. <우리 우정 뽀에버>를 읽고 삶을 살아가는데 이런 친구들과의 우정 스토리가 큰 가치로 남는 것 같다는 심도 있는 생각부터,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연어 베이글을 찾아서>를 읽고 연어 베이글이 맛있나 같이 단순한 생각까지 말이다. 이런 통통 튀는 소재들을 문체가 뒷받침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소재가 낯선 이들을 문체가 붙잡는다. 이게 뭔 소린가 싶은데 문체가 잠시만 기다려봐, 대단한 것이 펼쳐질 거야! 하고 말을 건네는 기분이다. 중독적이어서 책을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읽게 만든다. 14편의 이야기가 결코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적게 느껴지고 갈증이 이른다. 더 읽고 싶다. 사람들을 즐겁고 기쁘게 하고, 위로해주는 이야기, 좋은 이야기들이 세상에 필요하다던 작가는, 정말로 독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선물해주었다.

 

끝으로, 14편의 이야기 중 가장 첫 이야기를 읽은 뒤 이 책의 정체는 뭐지? 하고 생각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급하게 작가의 말을 펼쳤는데 또 다른 질문이 생겨났다. 엽편소설집? 그게 뭐지?

 

엽편소설: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며, 예상을 뒤엎는 경이로운 결말을 갖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나뭇잎처럼 작은 지면에 인생의 번쩍하는 한순간을 포착해 재기와 상상력으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문학 양식이다. 특히 작가의 세계관과 문학작품으로서의 예술성을 응축시켜 놓는 데 가장 적절한 문학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태어나서 엽편소설을 처음 읽었다. 나는 이런 장르를 한 번도 들어 본 적도 읽어 본 적도 써 본 적도 없다. 3년 반 동안 글을 쓰고 읽는 법을 배웠던 학교에서도 마저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이 책을 읽고 엽편소설에 대해 알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과 특성상 재학 내내 글을 쓰면서 찾은 나의 문제는 글을 토막토막 쓰는 거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표현도 너무 많아서 생긴 것인데, 많은 이야기를 한 번에 묶지 않고 한 편, 한 편씩 쓰면 좋은 엽편소설이 나올 듯하다. 다시 나에게 글을 써 볼 용기를 만들어준 이 책에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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