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띠 사서 다이어리 - 경력단절녀, 도서관 사서 되다
김은희 지음 / 달꽃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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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또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포함에 체크가 되지 않는 도서라 따로 기재합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 하반기 가장 뜨거웠던 한 문장. 꺾이지 않는 마음은 당연히 중요한 건데, 왜 많은 이에게 큰 울림이 되었을까. 그건 아마도 꺾여버린 마음이 너무 많아서가 아닐까? 살아가면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꺾여버린 마음이 너무나도 많아서. 월드컵을 통해 사람들이 그 꺾여버린 마음을 다시 펴는 계기가 되어버렸던 거지.

 

<용띠 사서 다이어리>는 작가 김은희의 꺾이지 않은 마음이 쭉 뻗어 어디에 도달하였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부제목과 표지에도 나타나듯이, 인심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녀의 사서 도전기를 담았다. 어떻게 사서가 되었는지, 사서가 되면 어떤 일을 하는지, 초보 사서에게 일어난 일들, 점점 숙련된 사서가 되면서 벌어진 일들,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 또 이런 사서가 추천하는 도서의 서평까지 우리에게 맞는 눈높이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학교를 졸업한 지 꽤 되었는데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학교 도서관이 선명해진다. - - 대출되는 도서의 바코드가 찍히는 소리, 사락- 도서관 가운데에 있는 큰 책상에서 책을 읽는 학생들이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속닥속닥- 책장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킬킬대는 학생들 소리그리고 서로의 팔에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들어오는 친구들, 반납된 책을 책장에 꽂고 있는 도서부장, 프로젝트 빔을 키며 도서관 특별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 내가, 또 우리가 기억하는 도서관은 이런 모습이지만, 사서는 다르다. 나의 학창시절 학교 도서관이 이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것은 다 사서 선생님의 부단히 노력한 결과였다. 늦게나마 사서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사회적 문제가 드러난 드라마, 영화, 글 등에서 그 문제를 어영부영 넘기려고 할 때, 종종 답답함을 느꼈다.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결했을 텐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주인공들도 문제를 인식하지만, 함부로 해결하지 못한다. ‘그냥 무난하게 남들 살아가면 안 돼? 다른 사람들도 그러잖아.’라고 합리화하게끔 만드는 사회의 분위기를 누가 감히 깰 수 있을까. 깨는 순간 사회에서 나는 이상한 사람, 굳이 문제를 사서 만드는 사람 따위의 낙인이 찍혀버릴 게 분명하기에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는 달랐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당당하게 요 할 건 요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바꿔 보려고도 한다. 읽는 내내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독서의 강점이란 이런 것이다. 나와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지만 배워가는 것이 생기고 내일은 좀 더 다른 마음 가짐으로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

 

이 책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다정함이다. 저자의 다정함.

 

학생들 한 명 한 명과 만난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살아가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한 명 한 명을 기억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직장에서 만난 인연이라면 더욱이. 그냥 도서를 대출하려고 온 학생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도 저자는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기억하고, 또 그때를 반성하기도 한다. 에피소드로 적힌 학생들도, 적히지 않은 학생들도 저자의 다정함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겨두었으리라. 또 그들이 자라서 저자와의 기억으로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게 된다면 언젠간 이 사회는 다정한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3, 아직 조금 쌀쌀하지만, 창가에 앉아 햇볕을 쬐다 보면 나른해지고 뜨끈해지는 그런 시기. 창밖으로 날리는 벚꽃이, 그런 벚꽃을 보고 재잘거리는 사람들 소리를 듣다 보면 괜히 마음이 연분홍색이 되는 시기. <용띠 사서 다이어리>는 이런 책이다. 3월에 벚꽃이 보이는 도서관에서 이 따뜻한 책을 다시 읽으리라. 어디선가 학생들이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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