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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아이, 문 ㅣ 라임 그림 동화 34
아녜스 드 레스트라드 지음, 스테판 키엘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3년 12월
평점 :
노오란색으로 책 표지가 가득 메워져 있다. 남자아이일까? 여자 아이일까? 생각하게 하는 가느다란 몸이 발레리나? 발레리노? 같은 몸짓으로 고양이와 함께 배시시 웃으며 행복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머리엔 노란 나비가 앉아 있는데 머리 장식 같기도 하다. 이 아이가 바로 주인공 문이다. 이름이 달(moon)이네. 하면 그림책을 펼쳐든다.
학급의 아이들 중에서 은근히 소외되는 친구가 있다. 성격이 아주 내성적이거나 특별한 특징으로 친구들로부터 은근히 돌리는 학생이 있기도 한다. 담임 교사로서 아이들을 두루 친하게 하고 싶지만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친구를 따돌리기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제자 한 명이 생각난다. 유난히 피부가 검은 5학년 여자 아이였다. 아이가 내성적이기도 하고, 외모적으로 친구들로부터 호감을 사지 못했고,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손을 잡아야 하거나 그 친구 자리에 앉게 되거나 하면 아이들이 싫은 내색을 대놓고 했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담임 교사로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춘기 학생들에게 훈화조로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더 역효과가 날것이 뻔했다. 그래서 교사로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그 친구한테 농담도 많이 걸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방법을 선택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교복우 대상 학생이라 방과후에 담임과 함께 해야하는 프로그램도 하고 담임과 재미나게 지냈다. 그러던 중 다른 반 아이이면서 교복우 학생 중에 그 친구와 친한 아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에 그 친구와 만나 놀거나 하교 할 때 같이 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한 친구가 우리반에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반에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학급에서는 항상 우울하고 침묵하고 슬픈 표정의 친구 얼굴에서 다른 반 친구를 만났을 때는 얼마나 행복한 얼굴인지 모른다. 정말 친한 친구 한 명만 이라도 있으면 아이가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른 반 친구도 그 반에서는 친구 없이 따돌리는 친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둘은 학교 생활에서 서로의 숨구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방과 후 둘이 놀다가 교실로 찾아 온 아이의 얼굴에서는 수업 시간 얼굴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해맑고 마냥 즐거운 5학년 여학생이었다.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가, 책 속 문은 제목처럼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다. 다리에 노란 끈을 치렁치렁 달고 다니고, 축구는 못하고, 친구의 뺨을 함부로 만져서 다른 친구들이 싫어하기도 하고, 손으로 나비 모양을 만들며 노는데, 다른 친구들은 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노란 끈을 이끌고 숲을 걸어가다 만난 새는 노란 끈을 지렁이로 오해하고, 고양이는 털실로 오해한다. 그러다 숲 속에서 만난 여자아이를 구해주는데 사용된 노란 끈으로 여자 친구와 친구가 된다. 친구 없이 지내던 문은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이다. 그 친구로 인해 이제 학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 문, 15년 전 제자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마음 맞는 친구와 있을 때는 말도 잘하고, 나한테 먼저 농담도 걸고, 나를 놀려 먹기도 했던 제자. 방과 후 친구와 교실로 찾아와 행복해 했던 그 친구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자신을 친구로 인식해 주는 친구 한 명으로 문은 이제 학교 올 마음이 난 것 같다. 친구로 인해 가기 싫은 곳이 되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생각해 봐도 친구 때문에 행복하고 즐겁고 울고 웃고 화내고 했던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근래에 우연히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된 고3 때 같은 반 친구들과 지난주에 만나 지난 학창 시절을 추억 했다. 학창 시절 공부 했던 이야기보다 누구 누구와 친했고, 친구들 사이에서 있었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하는 생각을 했다.
친구가 생기고 행복해진 문의 노란 끈은 이제 더이상 빡빡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란색 배경 속 문의 노란끈은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친구와 함께 행복해 하는 문의 얼굴을 보니 빡빡했던 그간의 문의 끈이 부드러운 리본으로 변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