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으로’가 아니라 터널 ‘밖으로’인 이유옮긴이 나희덕은 ‘거의 20년 만에 <터널 밖으로>를 다시 옮기며, <터널 끝으로>라는 제목도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안에서 밖으로 가고 싶은 이도 있고, 밖에서 안으로 오고 싶은 이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 닙과 그의 모험 파트너 롤라가 마침내 터널 밖으로 도달하자 다양한 동물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들고양이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참새와 먹이 경쟁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터널 속의 세상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반대로 터널 속으로의 모험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를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 이야기는 성공적인 모험이야기 이자 성장 스토리를 가장한 사랑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차역 하나 하나를 지날 때마다 겪는 수난은 닙과 롤라를 인연으로 이어주고, 단단하게 성장하게 하는 발판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터널 밖으로 나가는데 성공했을 때는 그 고난을 보상하는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또다른 어려움이 기다리지만 가족이 된 닙과 롤라는 새로운 터전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긍정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그래서 마지막에 그들의 보금자리를 멀게 페이드아웃 컷으로 보여주며 “끝”이라고 하며 마무리가 되어도 독자는 결코 끝나지 않는 그들의 일상을 상상해 낼 수 있다. 이 귀엽고 강인한 생쥐들의 모험담을 이야기하며 클레이로 조물조물 재탄생 시키는 작업에서 이야기는 다시 생생하게 살아난다. 입체적으로 작업한 독특함이 독후활동으로도 손색이 없다. 작가의 닙과 롤라를 흉내낼 수도 있고 나만의 주인공을 새롭게 만들어 볼 수도 있다. 클레이는 오감을 자극하는 훌륭한 독후활동이기 때문에 절판된 책이 다시 출간된 것이 매우 반갑다. 작가의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 바버라 레이드는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종이에 섬세하게 연필 스케치를 하고, 모든 작업을 유토로 직접 빚었다고 한다. 모든 장면이 완성되면 사진을 찍었는데 이때도 조명과 빛을 신중하게 계산했다고 한다. 이런 작가의 제작 과정을 생각하며 클레이로 완성해 보는 작업은 작가가 된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다양한 토론 주제를 선사한다. 예를들면 터널 밖의 세상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 닙과 롤라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노력과, 내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서 비교해 볼 수 있다. 꿈을 위해 내가 노력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진로 그림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재출판되어 반갑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