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안아준다는 것 - 말 못 하고 혼자 감당해야 할 때 힘이 되는 그림책 심리상담
김영아 지음, 달콩(서은숙) 그림 / 마음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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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안아준다는 것> 김영아 /마음책방/2021 (2022년 6월 28일 작성)


안기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아플 때 집 안에서 앓아눕는 건 남훈 씨가 평생을 행해 온 자가 치료 방식이었다. 26년 전 쓰러졌을 때 병원에 간 것은 어디까지나 타의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아주 예전부터 그는 의사를 싫어했다. 우선 그는 의사들의 교만한 눈빛이 싫었다. 30초 만에 상대의 문제를 다 안다는 듯 단정하는 것도 싫었고, 대충 주사나 처방한 뒤 사람을 쫒아내는 무례함도 싫었다. 그런 자들에게 한 푼이라도 돈을 벌어주는 건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았다.’ (허태연 <플라멩코 추는 남자> 73쪽 중 )


 허태연의 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에서 주인공 남훈 씨는 의사들의 기계적인 태도가 싫어서 병원을 잘 가지 않는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긋하게 들어주면 좋으련만 외상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여유로움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큰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남훈 씨는 노년이 되어 새로운 언어인 스페인어를 학습하고, 플라멩코도 연습한다. 그리고 더 젊었던 시절에 외면했던 첫 번째 딸에게 줄 자서전 집필을 시작한다. 그에게는 첫 번째로 얻은 딸을 버린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다. 

 물론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큰 딸과의 엃힌 관계를 스스로 풀어낸 과정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에게는 새로운 언어와 타국의 춤이 딸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도구로 작용했음이 틀림없다. 앞으로 남은 생 동안 큰 딸 보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만약 가능하다면 그런 남훈 씨와 딸 보연에게 그림책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하고 싶다. 


 그림책은 수많은 아이러니와 반전이 도사리고 있는 물성의 매체이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기위해서 그림책 작품들을 감상하며 나의 문제와 거리두기를 해보는 것은 해결방식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마음을 안아준다는 것>에서는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가진 내담자들이 나온다. 그림책 심리상담을 통해 그들의 삶을 무겁게 누르던 고민들이 한결 간결해 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은 후 곤란한 습관이 생겼다. 소설을 읽거나 드라마를 볼 때 마다 내가 아는 어떠한 그림책 제목이 떠오르며 추천해 주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플라멩코 추는 남자>를 읽으면서는 주인공 남훈 씨에게는 딸과의 관계를 그린 그림책이 떠올랐고, 최근에 종영되고도 큰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옵니버스 형식으로 주인공이 되는 인물들을 보면서 각각의 그림책들이 목록화되어 떠올랐다. 내담자들에게 매치된 작품들을 찾아 읽으면서 무의식적으로 그림책 큐레이터로 훈련이 되고 있었나 보다. 

 트라우마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의 태도와 성격을 형성하는 다양한 사건 사고가 개별적으로 어떻게 녹아들어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을 안아준다는 것> 에서는 열일곱의 내담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적이고 개별적인 이야기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담겨있다. 간결하게 정리되어진 상담일지를 훔쳐보며 독자는 애정결핍자의 마음이 되어보기고 하고, 반대로 지면 속의 내담자를 안아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억울한 직장생활을 하는 내담자와 함께 분노하기도 하고, ‘세상에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많듯이 이해 못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엄청 많이 존재하니 힘내요’라고 어깨를 토닥여 주는 심정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소설처럼 특별하고, 드라마 주인공처럼 화려한 사람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내담자의 상담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따라 달린 독자는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아, 내가 위로받고 있었구나.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는 방법을 깨우쳤구나’ 하고 말이다. 


 <마음을 안아준다는 것>은 나 자신이 가장 먼저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그림책을 읽고 그것을 기록해 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내면에 숨겨놓았던 나와 마주하고 해방되는 기분이 되리라 확신한다. 그림책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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