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틀니가 사라졌어요! 마리앤미 그림책 5
로드 클레멘트 지음, 김선희 옮김 / 마리앤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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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틀니가 사라졌어요!> 글·그림_로드 클레멘트, 옮긴이_김선희 /마리앤미/2022

 

지난 주말 친정에서 하루를 보낸 후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에 친정엄마가 전화가 왔다.

 

“돋보기가 없어졌어. 도대체 찾을 수가 없는데 혹시 안경 어디 있는지 아니?”

 

아이들이 다녀가면 집안 풍경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은 둘째 치고 물건들이 자꾸 사라진다고 말씀하시는 두 손녀의 외할머니. 아이들의 손을 타면 어김없이 물건들은 제자리를 떠나 이주 여행을 떠나게 된다. 최대한 아이들의 시각으로 기억을 되짚어나가다 결국은 포기하고 아주 단순무식한 방식으로 온 집안을 다 뒤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되는 어이없음에 기가 찬다.

로드 클레멘트의 그림책 <할아버지의 틀니가 사라졌어요!>에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할아버지의 틀니가 사라지는 사건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할아버지의 틀니는 스위스 장인이 만든 완벽함 때문에 다른 평범한 틀니가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하고 귀한 물건이다. 감쪽같이 사라진 틀니를 찾기 위해 가족들은 평소에는 시선이 닿지 않는 서랍장이나 침대 밑의 풍경과 불편한 마주하기를 하기도 하고, 경찰서에서 경찰과 형사가 찾아와 사건 현장에서 하듯이 단서를 찾는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익숙했던 집은 낯선 배경이 되고, 평범했던 일상은 긴장감이 감돈다. 심지어 동네 골목에는 틀니 몽타주가 여기저기 붙으면서 틀니는 이제 수배중인 도둑들만큼 중요한 존재감을 갖게 되기 이른다.

동네 사람들은 틀니 도둑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웃어 보이며 결백을 증명해야 했다. 누군가는 한두 개씩 빠진 이가 있고, 누군가는 맞지 않는 틀니를 끼고 있는 것마저 숨기지 못하고 투명하게 밝혀진다. 할아버지의 ‘스위스 장인이 만든 완벽한 틀니’를 찾는 것이 이웃들의 치부를 공개하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활짝 웃어 결백함을 보여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틀니를 잃어버린 할아버지는 <그것이 궁금하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틀니 도난 사건에 대한 인터뷰를 하게 되고, 이제 틀니의 주인인 할아버지 본인뿐만 아니라 사건을 알게 된 모두가 사람들의 입을 집중하게 된다. 상실의 아픔을 겪는 할아버지를 기운 나게 해주고 싶은 가족이 간 놀이공원 나들이는 할아버지를 울게 하기도 한다. 놀이공원 정문이 틀니를 연상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웃지못할 상황에서도 웃어야 하는 불편함은 공포로 발전해 외출마저 꺼려지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틀니 소동에 대한 대책 회의를 하기에 이른다. 결국 상황 변화를 위한 결론으로 할아버지가 새로운 ‘완벽한 틀니’를 살 수 있도록 모금을 하기로 결정하고, 할아버지가 새 틀니를 전달받는 날 신문사와 방송국 기자들이 앞다투어 취재를 온다. 틀니가 없어서 웃지도 못하고 우스꽝스러운 발음이었던 할아버지가 새로운 틀니를 끼고 가장 처음 한 말은 무엇이었을까?

 

“다른 하나는 카번클 할머니 거예요. 카번클 할머니 틀니가 잘 맞지 않거든요, 카번클 할머니는 활짝 웃을 때가 참 예뻐요.”(31쪽)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틀니 때문에 떠난 보물찾기 여정은 일상을 모험의 배경으로 바꾸었다. 낯설게 된 풍경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이 단서가 되어 ‘진정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또한 ‘틀니’가 갖는 상징성에 대해서도 주목해 볼 수 있다. 틀니라는 소통의 도구를 잃어버리고 할아버지는 웃을 수 없게 되고, 마을 사람들도 억지 웃음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틀니를 갖게 된 할아버지는 이제 활짝 웃을 수 있게 되고 맞지 않는 틀니를 끼고 있던 카번클 할머니도 새 틀니로 활짝 웃게 된다. 억지가 아닌 진정한 웃음을 찾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결말에 대한 가려움증이 몰려온다. 할아버지의 틀니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이대로 끝나도 괜찮은가? 결말을 스포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작가가 의도한 깜찍한 숨은그림찾기를 함께 공유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나마 힌트를 주자면 이 책은 그림책이다. 한 작가가 글과 그림을 작업했기 때문에 작품의 조합이 아주 훌륭하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려면 우선 글을 잘 읽어보자. 글을 잘 읽었는데도 범인을 알 수 없다면 다음 단계로 그림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이제 틀니도둑이 아님을 주장하기 위해 웃었던 이웃사람들처럼 활짝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초대한 도둑찾기 탐험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우리가 강구한 것은 무엇일까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제 책의 첫 장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펴보면 틀니 도둑의 뻔뻔함에 기가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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