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는 물 - 2021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87
오치 노리코 지음, 메구 호소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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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관련된 책이라고 듣고 이 책을 읽었을 때 조금 의아했습니다. 

기후위기에 관련된 내용이 조금이라도 들어있을 줄 알았거든요

본격적인 기후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물의 순환에 대한 내용입니다.


생각해보면 기후위기에서 언제나 이야기되는 각종 이상기후들

건조해서 산불이 난다. 홍수다. 역대급 태풍이 불어온다. 

같은 것들이 모두 '물' 과 관련된 것임을 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이들도 산불이며 홍수며 태풍이며, 해수면 상승, 빙하가 녹는 각각의 분절적(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 

왜 그렇게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인지를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주 어린 아이들이라도

물이라는 것이 단순히 눈앞의 물질이 아니라 지구 곳곳을 돌면서 순환하며, 

그것이 지구상의 모든생명들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찬이가 '물'이라는 인물을 만나며 시작됩니다. 

투명하고 손에 잡히지 않고 어디에나 있어서 어디에도 없는 것 처럼 느껴지는 

물을 시각화, 인물화 하여 한층 가깝게 느껴집니다. 급기야는 찬이가 물이 되어 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물의 순환을 직접 느껴보게 됩니다. 


환경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기본은 아름다운 꽃과 동물이 나와 가까운 존재라는 느낌을 느끼는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가 점점 더 크게 대두되어가면서 기후위기 교육에 대한 필요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어렵고 딱딱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 먼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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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세상을 물들일 때 - 테마로 읽는 2010년대 우리 그림책
박선아 외 2명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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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로 읽는 2010년대 우리 그림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제 막 2020년대로 진입한 시점에서 2010년대를 되돌아보고 좋은 그림책들을 정리해 본다는 것이 참 의미있는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림책을 만난 것이 바로 2010년 쯤 이었다. 대학원에서 한 교수님이 그림책을 매 수업시간마다 읽어주셨던 것이 나의 첫 그림책이었다. 그때 공부삼아 읽던 때는 이론서를 기초로 찾아 읽은 터라 시대흐름을 타지는 못했고 몇년 늦은 감이 있긴 했을 것이지만 어쨌든 한국그림책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2013년 쯤 아이가 태어나고 내가 만난 그림책의 세상은 너무나 달랐다.
“현장에서 감동으로 만났던 한국 그림책 중에서도 우리 그림책 역사에서 눈부신 변화와 성장이 돋보이는 2010년대 그림책에 특히 주목하였습니다. “ 6쪽
그랬구나. 눈부신 성장이 돋보이는 시대..
어쩐지 너무 좋았다.
백희나와 이수지와 허은미와 서현과 이지은과 안녕달과
사이다와 김상근의 시간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님🥰 이 책에 소개되는 분들도 계시지만 책에는 소개 되지 않은 분들이 더 많네요. 혹시 이 책과 관련지어 생각하실까 싶어...)

좋은 그림책들을 그저 우연히 만났던 것인줄 알았는데 어쩌면 억세게 운좋은 타이밍에 아이가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그림책이 세상을 물들일때>를 읽으며 잠시 멈추어 서서 나와 그림책의 만남, 시대 속에서 그림책의 흐름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어 참 좋았다.

특히 2010년대는 주제가 다양해지고 독자층도 넓어지면서 ‘그림책 문화’가 확산되어갔다는 측면을 짚어주었는데 정말 그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바탕에 훌륭한 작가님과 출판사, 그리고 적극적 독자들의 힘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본다.

여기 소개된 책들도 주제와 연령이 다양해져가는 흐름을 대표할 수 있는 책들로 다양하게 잘 꼽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십년간 나름 열심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르는 그림책들도 많이 있었다. <노를 든 신부>나 <선아> <균형>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사실 이런 것이 그림책 에세이를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그림책 목록을 적어두고 하나 하나 찾아 읽어보려고 할 때의 그 설렘이랄까..



2020년대는 어떤 흐름이 이어져갈까. 또 궁금해진다.
2020년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또 이 책이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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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개구리 생각하는 개구리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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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건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개구리의 사유를 따라가는 고요하고 차분한 느낌의 책이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어린 아이들의 성정으로 비추어 봤을 때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책은 왠지 안좋아할 것 같은데 굉장히 좋아했다. 개구리나 원숭이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누구나 태어나서 만나는 모든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는 면에서 모두가 철학자인걸까지. 갓 두세달쯤 된 아이가 ‘손’ ‘발’을 발견해서 뚫어지게 쳐다보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은 원래 그렇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유난히도 생각을 다르게 하고 독특한 말을 잘 하는 둘째가 자꾸 떠오르는 책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은 어떤 마음이지 궁금해서 풀과 함께 흔들리며 풀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개구리로 첫 장면을 연다. 이렇게 모든 것을 생각하는 개구리,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생각해보는 개구리의 여러가지 생각들(얼굴, 하늘, 나)을 담은 책이다. 네 컷 만화의 형식을 통해서 개구리가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다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생각이 어떻게 차근차근 발전해 나가는지도 그려내고 있다. 


‘나’와 ‘너’의 발견하는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기억에 남는 삶의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섯살이던 둘째에게 ‘우리 승현이 예쁘네’ 라고 했는데, 승현이가 생각하기에 엄마는 나를 보고 예쁘다고 하는데 자기는 스스로 예쁜지 안예쁜지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하는 개구리처럼 한참 곰곰 생각하더니 “예쁜지 보려면 두 명이 있어야 해”라고 했다. 그 날이 승현이에게는 엄마와 나의 시각이 다르고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날이 아니었나 싶다. 나에게는 나지만 너에게는 너고 나에게는 너지만 너에게는 나인. 별개의 존재이면서도 서로 관계를 맺는 존재. 그럼으로써 서로 시각의 차이가가 나고 또 그렇기에 세상이 다채롭다는 것. 말로 설명하긴 무척 어렵지만 그것을 ‘아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아이에게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모습을 그림책에서 아주 절묘하고 자세하고 집요하게 담아낸 것 같다. 

우리가 마주하는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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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사춘기 사계절 동시집 19
박혜선 지음, 백두리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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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Earth Hour행사 때 아파트 밴드에 홍보글을 하나 올렸는데 그 때 댓글에 집에 공부하는 자녀가 있어서 참가는 힘들겠지만 마음으로 응원한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그런가보다하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 받은 책에서 한 시를 만났다. 


저녁 여덟 시 부터 아홉 시까지?

어쩌나, 그 시간 수학학원에 있는데

어쩔 수 없네요

불 끄고 쉴 수밖에

지구 안에 있는

내가

내 책가방이

내 연필이

내 문제집이 쉬어야 지구도 푹 쉬는 거잖아요.

<바람의 사춘기> 중 ‘지구를 위해’ 일부



머리를 쾅쾅 때렸다. 마음이 울렁울렁 했다. 

학생은 지구인일까 아닐까. 이런 멍청한 질문을..당연히 지구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실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너는 공부 해야 하니까, 그런 건 나중에 해. 대학교 가서 실컷 해’ 이런 말을 얼마나 들었던가. 그 땐 잘 몰랐지만 나도 학생 때 공부하느라 참 힘들었다. 그 때의 나와 20년이 지났지만 상황이 변한 것 없는 지금의 학생들이 안타깝다고 늘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 애는 공부해야 해서 우리집은 안돼요’ 하는 말에 내가 긍정도 부정도 어떤 마음도 들지 않았다는 것은 뭐였을까? ‘그럴 만도 하다’는 인정 아니었을까?


시 속의 아이는 핑계였을까? 물론 그랬을 수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네요, 다른 일도 아니고 지구를 위한 일인데’ 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이 아무래도 ‘지구의 시간이라니, 소등 행사라니!앗싸 학원가기 싫은데 잘됐다.’ 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가 그저 투덜거림이 아니라 마음의 깊은 곳을 찌르는 이유는 ‘나도 지구의 일부이다’ 라는 부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이런 뜻이다. ‘우리는 지구의 일부다. 그러므로 지구를 괴롭히지 마라’  그런데 이 시의 주장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우리는 지구의 일부니까 지구 쉴 때 나도 좀 쉬자’ 라는 이 신박한 주장. 


만약 그 댓글을 쓴 부모님의 자녀가 그 댓글과 비슷한 취지의 말을 들었을 때(이런 행사가 있다는데 우리집은 안되겠어. 너 공부해야하잖아) 마음이 어땠을까? 나는 (다른 수많은 일들처럼) 환경보호캠페인도 미뤄야하는 구나. 나는 시민사회 구성원이 아닌가봐.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학생을 ‘공부’라는 이유로 배제해오고 있지 않았을까?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학생은 지구인인가? 



그 아이들이 만약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너’ 라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다면, 그땐 어떤 마음일까? 공부하느라 몰랐는데.. 사실은 자신의 남은 삶이 어른들이 저지른 환경문제로 인해 몹시 고통스럽고 피폐해질 수 있다는 사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회마저 차단당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바람의 사춘기>라는 시집은 인디스쿨 서평단을 통해 지원받은 책이다. 무슨 생각인지 제목을 보고 그저 끌리는 마음에 골랐던 것 같다. 최근 사춘기 아이들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어서 일지도 모른다. 사실 시집인 줄도 몰랐다! 책을 무척 즐겨 읽지만 아직 시와는 마음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나마 직업상 저학년 동시집은 조금 읽어봤지만 청소년 시집은 처음이다. 동시집은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던 것과 달리 바람의 사춘기는 재밌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이 아프고 슬프기도 했다. 아이들은 어떻게 읽을까 궁금하다. 

놀랐던 점은 신청할 때는 몰랐는데 박혜선 작가님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소원>이라는 그림책으로 알고 있는 작가님이었다. 환경그림책을 찾아 읽다가 발견했던 플라스틱 병에 대한 아주 시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책인데, 그 때 ‘와 시인이어서 그림책의 글도 참 아름답게 쓰셨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우연하게 내 손에 시집이 도착할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 시집안에서 환경문제와 관련된 시를 만나고 또 환경문제와 십대 청소년의 입장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박혜선 작가님은, 아니 세상의 많은 어린이책 작가님은 본인이 어린이도 아닌데 십대청소년도 아닌데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일까. 어떻게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아이가 있을까? 나도 아이가 있지만 글쎄, 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잘 되지 않지는 않지만 어린이, 청소년 책의 힘을 빌려, 그것을 써준 작가님들의 능력을 빌어 그들의 마음과 그들의 입장과 그들의 삶과 그들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을 이해해보고 또 이해해 보려고 계속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의 첫 청소년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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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말숙 큰곰자리 54
김유 지음, 최미란 그림 / 책읽는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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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한 학기 한권 읽기로 <겁보만보>를 할때 아이들은 언제나 마지막에 '말숙이 이야기 나올 것 같은데요?' 라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꼭 정말 그럴 것 같았는데 좀처럼 소식이 없다가 드디어 <무적말숙>이 나왔다. 1권만한 2권 없다지만 무적말숙은 1권만큼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앞서 집에 있는 초등2학년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사실 우리 아이는 만보보다는 근자감 높은 말숙이 쪽에 가까운 아이여서 그런지 내가 이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참 좋았다.  말숙이는 오빠 넷의 막내로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과 편애를 듬뿍 받고 자랐다.  놀이의 규칙은 나몰라라,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해야하는 데다 힘도 세서 친구들은 슬금슬금 피한다. 


다른 여러가지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장면은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놀이터에 혼자 남은 말숙이 쓸쓸함을 느끼는 장면이었다.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쑤셔 넣는데, 목이 꽉 메어 왔어. 목이 메니 진짜 더 쓸쓸해졌어. 하늘은 눈부시게 맑았지만 마음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웠어. 말숙이는 먼 산을 바라보았어. 어디론가 휙 떠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37쪽 


그렇게 해서 만보가 갔다와서 겁보 딱지를 뗀 곳으로 말숙이도 다녀오게 된다. 물론 그 고개를 넘으면서 호랑이도 도와주고, 산신령도 도와주면서 나눔과 배려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지만, 어쩌면 말숙은 떠나기 전부터 이미 마음속에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말숙은 가족과의 관계때문에 나눔을 배울 만한 상황이 되지 않아서 좀 늦어졌을 뿐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배려와 나눔을 본능적으로 실천하는 어린이가 어디 있을까? '어쩐지 쓸쓸함' 을 느껴보면서, '나눔'의 기회를 얻고 경험하면서 그렇게 한발짝 한발짝, 한고개 한고개 넘어가며 아이들은 성장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배려'를 아무리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가 잔소리하며 아이를 가르치는 것 보다 바로 그 '어쩐지 쓸쓸함'을 느껴보는 것이 더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6년 만에 무적말숙이 나왔다. 이번에도 새로운 친구의 등장을 알리며 이야기를 마쳤다. 백곰의 이야기는 언제쯤 나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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